비의도적 언어습관 욕(辱)
비의도적 언어습관 욕(辱)
  • 단대신문
  • 승인 2018.10.10 20:22
  • 호수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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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모 방송사의 ‘욕해도 될까요?’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초중고생의 욕사용에 대한 실태를 보고하고 언어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욕사용 실태의 한 예로 4명의 중고생에게 소형 녹음기를 달고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대화를 녹음한 결과, 1인당 평균 75초에 한 번씩 욕을 했다고 한다. 7년 전 그 방송에 참여했던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의 학생들 대부분은 2018년 현재 대학생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일까? 대학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의 대화 중 욕을 듣게 되는 것이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되었다. 특정 방송과 연관시키지 않더라도, 대학생 욕설 사용에 관한 연구들이 최근에 종종 발표되고 있는 현상을 보면 학생들의 언어습관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을 체감할 수 있다. 관련 연구들이 제안하는 공통적인 결과 중 ‘욕을 사용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높아, 욕사용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매우 낮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욕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남을 흠집 내고 욕보이는 말’이다. 욕은 타인의 인격을 무시하거나 모욕을 주기 위한 목적(의도성)으로 사용하고 욕설(辱說)이라고도 한다. 한편 욕에는 다정함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전용된 ‘애칭욕’을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지방의 ‘새끼’,  전라도 지방의 ‘잡것’, 경삼도 지방의 ‘문둥이’ 등이 그에 해당된다. 언어는 문화의 반영이고 우리 민속 문화를 통해 애칭욕까지는 관대하게 수용한다 해도, 그 외에 의미도 어원도 모르는 욕설과 비속어 사용에 대해서는 어떤 해석이 가능한가? 친구를 폄하하거나 공격할 의도도 없으면서 시시때때로 욕을 하는 언어 습관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아동청소년기의 욕 습득은 윗세대에 대한 모델링 과정에서 또래들에게 자신의 우월감을 표현하는 기제가 되었을 것이다. 금기된 것에 대한 도전과 반발 심리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나아가 학업과 학교생활을 통해 증가되는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여 분노와 화 같은 부정 정서가 증폭되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욕의 발설이 습관화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욕을 하는 과정에서 부정 정서를 표현하는 것은 정서를 억압하는 것보다 바람직하며, 카타르시스가 이뤄지기도 하고, 상황에 대한 정화 작용을 일으켜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방을 자극하여 원활한 대화가 불가능해지고, 자신의 욕설이 타인뿐 아니라 자신까지도 더욱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역기능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준비하고 있다면 그 어떤 스펙 관리보다 자신의 언어습관을 점검해 볼 시기이다. 이제 청소년기의 모방심리나 군중심리에 의한 욕설 습관을 바꾸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해소하고, 부정 정서를 조절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으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처럼, 의도하지 않은 습관적 욕이 친구나 타인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의 부메랑을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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