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의 빛과 그림자
문재인 케어의 빛과 그림자
  • 서민(의예) 교수
  • 승인 2018.10.16 21:26
  • 호수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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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재인 케어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국민 1명이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가 2016년 기준 연간 17.0회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OECD 평균인 7.4회와 비교하면 2.3배 높은 수준, 도대체 우리나라 국민들은 왜 이렇게 병원에 자주 가는 걸까? 진료비가 싸기 때문이다. 배가 너무 아팠지만 비싼 진료비 때문에 밤새 고통을 참았다는 미국 유학생의 글을 보면, 돈 걱정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는 우리나라야말로 의료천국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있다. 진료비가 싸다는 우

리나라에서 중환자가 한 명 나오면 집안이 거덜 난다. 왜 그럴까? 그건 바로 보장률이 낮아서다. 보장률이란 전체 진료비 중 의료보험에서 얼마나 부담을 해주느냐다. 프랑스, 독일이 80%인 반면 우리나라의 보장률은 겨우 63%에 불과하며, 이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감기에 걸리면 치료비가 별로 들지 않지만, 큰 병에 걸리면 비싼 치료비를 물어야 하는데, 그중 37%를 본인이 낸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고 가족이 거리로 나앉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 (이하 문케어)는 보장률을 70% 정도로 올려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줄 목적으로 시행됐다. 우리 사회가 점점 노령화되고 있고, 의료비 대부분을 노년에 쓴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문케어는 모두에게 꼭 필요한 제도다. 그런데 문케어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보장률을 높이려면 상당히 많은 재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를 마련할 대책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국민들에게 건강보험료를 더 걷는 게 맞다. 그게 다 국민들의 혜택으로 돌아오는 데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보험료는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보험료를 겨우 3% 올리겠다고 공약했고, 그나마도 협상 과정에서 2%로 깎였다. 이렇게 올려서야 문케어를 감당하는 건 불가능하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 파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궁금하지 않은가. 왜 정부는 보험료를 더 올리지 않을까? 다음을 보자. 2017년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76%가 문케어를 찬성했다. 보장률을 원래 목표였던 70%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82.9%나 됐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분 중 보험료를 추가로 더 부담하겠느냐는 질문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분이 59.5%나 됐다. 혜택은 더 봐야 하지만 돈을 내는 건 싫다니, 이거야말로 도둑심보가 아닌가? 미국을 비롯해서 다들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를 격찬하지만, 정작 그 수혜자인 우리들은 그 시스템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유지. 개선에 필요한 돈을 내려 하지 않는다. 이들을 설득해 보험료 인상을 관철시켜야 할 정부는 지지율에 얽매여 자신의 의무를 망각한다. 알아둬야 할 것은 문케어의 실패가 우리 국민 전체의 불행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이다. 건강보험 재정파탄은 건강보험의 붕괴를 불러오고,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사보험이 기존 건강보험을 대신한다. 미국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사보험은 건강보험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걷고, 가입자에게 주는 혜택은 건강보험보다 훨씬 적다. 있을 때 잘하자. 건강보험이 없어지고 나면 그때 후회해도 소용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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