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역에서 한글 만나기
광화문역에서 한글 만나기
  • 박혜지 기자
  • 승인 2018.10.16 21:26
  • 호수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6. 한글날 특집 - 나랏말ᄊᆞ미 듕귁에 달아
▲ 일러스트 고다윤 기자
▲ 일러스트 고다윤 기자

 

광화문역 9번 출구, 관공서가 밀집된 이곳은 세종대왕 동상을 중심으로 세종문화회관, 한글 글자마당,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등 한글과 관련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 세종대왕 동상 전경
▲ 세종대왕 동상 전경


우선 광화문역에 도착하자 저 멀리서 한눈에 세종대왕 동상이 보인다. 올해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인 만큼, 10월 9일 한글날이 자랑스러운 문화 국경일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동상 앞에는『세종어제훈민정음』이 비석에 새겨져 있다.

거대한 세종대왕 동상에 정신이 팔린 채 구경하다 보면 동상 후면에 ‘세종이야기’라는 간판 아래 조그마한 입구가 보인다. 그 길로 들어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스토리가 시작된다. 『세종어제훈민정음』을 시작으로 아름다운 우리 한글로 지어진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이 서예로 작성돼 액자에 걸려있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 교과서에서 몇 번이나 배웠던 작품을 액자에 걸린 채로 감상하게 되니 색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종이야기는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는 상설전시관으로 세종대왕의 생애와 업적을 첨단 전시 기법으로 구현해 놓은 곳이다. 특히 한글 기획전시실과 4D 체험관이 마련돼 있어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어릴 적 위인전에서 읽던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전시관에서 4D라는 매체로 다시 마주하게 되니 이색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세종대왕의 업적에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세종이야기 전시관을 구경하고 돌아서면 한글을 소재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 활동을 하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기획전시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옆에는 세종대왕에 관한 다양한 서적을 읽을 수 있는 한글도서관이 마련돼 있다. 한글도서관을 끝으로 계단을 올라가면 보이는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여러 공연과 전시뿐만 아니라 미술사나 음악사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양강좌도 열린다.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프다면, 세종문화회관 바로 뒤쪽에 있는 한글 글자마당은 한숨 돌리기 딱이다. 한글 글자마당은 한글 자음과 모음으로 결합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가 새겨진 비석 의자가 있고, 벤치와 카페가 있어 관람하다 쉬어갈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비석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면 세종문화회관을 따라 쭉 내려가 보자. 한글 가온길 새김 돌이 보이면 잘 도착한 것이다. 한글 가온길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던 경복궁을 중심으로 한글을 널리 알리고 지켜온 이야기로 꾸며놓은 길이다. 한글과 관련된 역사와 주요한 이야기가 모여 있기에 한글의 중심 길이라는 의미로 가운데를 뜻하는 순우리말 ‘가온’을 ‘한글’과 결합해 길 이름이 명명됐다.

 

▲ 한글가온길 입구에 위치한 새김돌
▲ 한글가온길 입구에 위치한 새김돌

 

한글 이야기 10마당 벽화에는 한글의 세계화, 주시경 선생 이야기뿐만 아니라 임진왜란에서의 한글의 활약,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호머 헐버트 이야기 등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글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흥미로운 열 가지 이야기와 함께 한글을 보급하는데 애쓰신 주시경 선생의 집터와 주시경 마당이라는 공원이 보인다. 

 

▲ 주시경마당 공원 입구
▲ 주시경마당 공원 입구


주시경 마당은 계몽운동과 국어연구를 통해 민족정신을 높인 주시경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원이다. 주시경 선생은 한국어와 한글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언어학자다. 그는 한국어와 한글의 표준화와 보급 운동을 민족 자주의 차원에서 전개한 불멸의 선각자로 한글 연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한글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주시경 선생의 희생정신에 한글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뜨끔한 기자는 죄송한 마음을 느끼며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역사 유적지를 찾아간다고 하면, 흔히들 저 멀리 외곽지역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자가 다녀간 광화문처럼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역사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이번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광화문에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박혜지 기자
박혜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hyeji@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