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사자처럼 다가온다
3월은 사자처럼 다가온다
  • 김민제 기자
  • 승인 2018.11.07 10:05
  • 호수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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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우리에게 ‘靑’이라는 한자가 ‘푸르다’는 뜻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그보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비로소 사람들이 ‘청춘’이라고 부르는 나이를 맞았을 때, 학교에서 배웠던 대로 우리의 청춘은 당연히 푸른빛일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청춘을 논하는 기사들 속에는 새까만 패딩을 입고 고시원을 들락거리는 20대와 온종일 도서관에서 볕 한 번 쬐지 못한 채 두꺼운 문제집과 씨름하는 대학생, 대기업 입사시험을 치르고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청년들의 뒷모습만이 남아있다. 그렇게 우리는 ‘심각한 취업난’ 속 ‘갈 곳 없는’ 청춘이 됐다.


그 돌파구로 청년창업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어왔다. 근래에는 기세를 이어 전통시장 내에 창업공간을 유치해 청년실업문제와 전통시장 침체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28청춘 청년몰’도 그 중 한 곳으로 지난해 7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청춘의 이름을 내건 이곳은 과연 시장과 청년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었을까. 본지 12면 취재를 위해 시장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차 젊은 사람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청년몰로 들어가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중간 라운지를 찾아가 봤지만, 소파에는 어르신 몇 분이 누워있을 뿐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오후 2시, 기자가 찾아간 시간이 지나치게 이르거나 늦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청년몰 내부에는 주인 없이 간판만 켜진 점포가 있는가 하면, 하릴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는 점주들도 눈에 띄었다.


기자가 만나본 청년 상인들은 모두 시장 밖으로, 청년몰 외부로 각자의 살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 청년몰 내에서 비교적 괜찮은 성과를 냈음에도 시장 속 가게만으로는 수입이 충분치 않았다. 시장은 그들에게 안정적인 발판이 돼주지 못했다.


누구의 잘못일까. 에어컨을 제때 교체해주지 않아 뜨거운 공기가 그대로 돌게 한 관공서의 잘못일까, 무턱대고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예기치 않게 찾아온 한가함에 무뎌져가는 청년 상인의 잘못일까. 기자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어느 한쪽만을 탓하기엔 너무나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는 것을 알기에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들의 어려움은 곧 우리의 어려움이기에 더욱 쓰리다.


청년몰의 간판. ‘청춘’이라서, 하늘색으로 칠해진 간판은 무책임하다. 저 하늘색 뒤에 남겨진 ‘청춘’들의 ‘靑’은 아직 어둡다. 마치 멍이 들었을 때처럼, 혹은 새벽녘의 하늘처럼 빛보다는 어둠이 더 짙게 깔린 푸른색이다.


여전히 청춘들에게 취업문은 좁고, 창업은 호락호락한 길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에겐 ‘春’이라는 가능성이 남아있기에, 이 푸른색이 상처로 남을 멍보다는 곧 해가 떠오를 새벽녘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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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ange8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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