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꽃피우기 위한 도전, 전통시장에서 펼쳐지다
청춘을 꽃피우기 위한 도전, 전통시장에서 펼쳐지다
  • 김민제 기자
  • 승인 2018.11.07 10:04
  • 호수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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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청춘, 28청춘

 

Prologue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등장으로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전통시장은 자연스럽게 쇠퇴를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일부 전통시장의 경우 각자의 개성을 살린 갖가지 시설을 유치하는 등 이색적인 모습을 갖추며 방문객의 발길을 유도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이러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청년상인 육성 및 특성화 시장 지원 사업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용·산업위기지역 지원을 위해 각 시장의 유휴 공간을 활용한 청년 창업 공간 조성이 주된 내용이다. 2016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86개 시장에서 1천122여 점포가 사업에 선정돼있는 상태다. 이처럼 전통시장의 변화를 꾀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청년의 역할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본지는 청년 상인들이 전통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활력을 불어넣는지 알아보고, 그들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조명해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28청춘 청년몰’을 조성 및 운영하는 수원 영동시장을 찾아가 봤다.

 

뒤쳐지는 영동시장, 새로운 도약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양옆으로 옷과 이불 등을 파는 포목점들이 늘어서 있다. 바닥에 좌판을 깔고 물건을 늘어놓은 곳이 있는가 하면, 가게 앞에 갖가지 색의 이불들이 한 아름씩 쌓여있는 곳도 보인다. 이리저리 사람들 사이에서 시장 골목을 헤매는 기자를 향해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궁금하다는 듯이 눈길을 보낸다. 주위를 둘러보니 유모차에 탄 어린아이를 제외하고는 젊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수원 영동시장은 수원 화성의 팔달문 부근에 위치해 있다. 과거 팔달문 주위에 열렸던 시장이 한국전쟁 이후 영동시장을 포함한 9개의 시장으로 계승돼 자리를 잡았다. 그중에서도 영동시장은 일반적인 골목형 시장이 아니라 단일 건물에 점포들이 들어선 형태로 운영된다.


영동시장은 한복 특화 시장으로 전문성을 도모하는 한편 의류, 포목, 식품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며 시대에 발맞추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유행과 젊은 방문객의 수요를 따라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청년몰이 들어서기 전까지 영동시장 내 입점해 있는 점포의 점포주 평균연령은 60세가 넘었다. 때문에 시장 내 세대교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했으며, 주요 취급품목으로 한복과 이불을 내세워 특화 시장으로써 자리 잡고 있지만 청년몰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방문객을 모을 수 있을 만한 제대로 된 식당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신세대 장사꾼이 만든 전통시장
입구를 찾아 2층으로 올라서니 이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보인다. 여기저기 물건이 쌓여 산만하던 1층과는 달리 깔끔하게 정돈돼있다. 당장 시내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세련된 간판들을 제치고 보이는 ‘28청춘’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목적지에 알맞게 찾아왔음을 알린다.


전통시장 내의 세대교체 및 젊은 층의 고객유입을 목적으로 한 청년상인 육성 사업은 주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각 지자체 및 중소기업청의 주도로 이뤄지는데, 크게 ‘청년몰 조성사업’과 시장 내 5~10개 내외의 빈 점포에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인 ‘청년상인 지원 사업’으로 나뉜다. ‘청년몰’이란 시장 공간 내부에 조성된 20개 이상의 청년점포 복합 공간으로 지원자가 원하는 시장을 선택한 후 개별단위로 창업을 지원하게 된다.


수원 영동시장 내부에 위치한 이곳 ‘28청춘 청년몰’ 또한 중소기업청이 공모한 ‘2016 청년몰 조성사업’에 선정된 이후 2016년 7월부터 준비를 시작해 지난해 7월 개장했다.


현재 입점해있는 점포 26곳은 푸드 코트 및 디저트와 같은 요식업이 주가 되며 이외에도 젊은 층의 관심을 끌만한 다양한 문화체험공간도 함께 마련돼 있다. 특히 시장 내 음식점이 없었던 것이 청년몰 입점 당시 기존 상인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없앨 수 있었기 때문에 장점으로 작용했다.

청년 상인의 깊은 한숨
잠시 내부를 둘러본 뒤 푸드 코트에 들어가 청년몰 내에서 카레 전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중수(34) 대표를 만나봤다. 김 대표는 소자본으로 창업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다 청년몰 사업을 알게 됐다고 한다. 사업 시작단계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해왔다는 그는 청년몰이 들어서고 나서부터는 젊은 층의 유입이 늘어난 것이 체감된다고 한다. 김 대표는 “확실히 이 사업은 소자본으로 창업하기에 적합한 기회가 됐다”며 대답을 이어갔다.


하지만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창업 과정의 위기상황에 있어 조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청년몰 내부에는 기존 사업내규뿐 아니라 자신들만의 정해진 규칙이 존재하는데,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그 규칙마저도 결국에는 유명무실해지기 일쑤다. 또한 김 대표는 “아무리 젊은 고객이 많이 유입됐다고는 하지만 결국 시장 자체에는 고객의 관심을 끌만한 즐길 거리가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근처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김나연(28) 대표도 마찬가지로 “역시 개업 후에는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며 “창업 혹은 직장생활 경험의 유무, 아이템의 시장성 여부 등에 따라서 매장 경영의 격차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냉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여름철에 더위를 피할 수 없고 유모차, 휠체어 등의 진입이 어렵다는 점 또한 고객 유치에 흠이 된다. 실제로 2층에 위치한 청년몰로 통하는 입구는 모두 계단으로만 이뤄져 있고, 청년몰 메인 간판이 설치된 가동 출입구를 제외하고서는 대부분의 입구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천천히, 힘겹게 내딛는 한 걸음
청년몰 사업에 선정돼 이곳에 입점한 청년 상인들은 잠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임대료 및 인테리어 비용과 창업교육을 비롯한 컨설팅, 마케팅 등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경기도 내 청년몰을 지원하는 조성사업단이 철수한 상황으로 올해부터 수원 영동시장을 포함한 경기도 내 청년몰 입점 상인들은 정부의 지원 사업에서 독립해 자신만의 생존을 모색해나가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공방형태가 주를 이루는 문화예술 분야의 점포들은 가게운영만으로는 사실상 사업을 이어나가기 어렵다. 대부분의 문화예술 분야 점포주들은 가게 운영 이외에도 프리마켓이나 지역 행사 등을 전전하는 등 ‘발로 뛰어’가며 수익을 올려야 한다.


식음료 분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입점한 가게들 사이에선 그나마 나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가게마저도 현재의 수익으로는 청년몰 외부로의 진출은커녕 현상유지만으로도 급급한 상황이다. 처음에는 미디어의 조명을 받으며 높은 매출을 올리기도 했지만 겨울과 여름을 나면서 유동인구가 다소 줄어든 현재는 개업 초기와 비교해 거의 30% 수준으로 매출이 떨어진 곳도 존재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식당 운영과 함께 대형마트에 음식을 납품하거나 배달 전문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배달을 겸업하는 등 독자적인 활로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청년몰의 미래
이에 대해 영동시장 주식회사 최홍석 전무이사는 “공방을 운영하는 청년들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따져보면 청년몰 내의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 기간은 6개월 남짓인데, 다른 시장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들에게 좀 더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 답했다.


현재 영동시장은 기존에 청년몰 사업이 진행된 시장을 대상으로 한 활성화 자금을 신청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상태다. 이를 활용해 이전에 미처 손보지 못했던 장소를 수리하거나, 고객 유입을 위한 관광시설 및 편의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더불어 최 전무이사는 인근 학교와의 연계를 통한 문화예술 분야 점포의 활성화와 홍보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종적으로는 청년몰을 계기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시장 전체가 부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드러냈다.

 

Epilogue
취재를 마치고 다시 한 층 한 층 시장을 내려오는 길, 이전에 미처 보지 못한 빈 점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소상공인진흥회에서 청년창업 인큐베이터 공간으로 사용하는 점포 두 곳과 새로 입주할 예정이라는 점포 두세 곳을 제하고도 불이 꺼진 채 덩그러니 비어있는 점포들이 군데군데 눈에 밟힌다. 분주하게 장사 준비에 열중인 가게가 있는가 하면, 한가함을 이기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하거나 수다에 치중하는 가게 주인의 모습도 더러 보인다. 밖으로 나오니 아직 해는 지지 않은 채 열기를 내뿜고 있다. 그 열기 사이로 ‘28청춘’이라고 적힌 대문짝만한 간판을 다시금 올려다보자, 딱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청년’ 한 명이 은근한 미소를 띠고 있다. 머지않아 저 안에 있는 ‘청년’들도 저렇게 웃을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대해보며 발걸음을 옮긴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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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ange8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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