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그림의 힘
  • 김선현 작가
  • 승인 2018.11.07 10:04
  • 호수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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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걱정, 근심, 불안을 잠재워줄 그림 한 점입니다.

미술치료 상담을 해보면 불면증을 앓는 사람,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사람,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많이 고릅니다. 임상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보여주는 그림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첫 번째 그림의 힘에서 소개한 <밤의 카페 테라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그림은 밤을 묘사하면서 파란색을 사용했습니다.

파란색은 여러 색체 연구가 및 생리학자들에 의해 스트레스를 없애는 효능이 입증되었습니다. 1940년대 러시아의 과학자 크라코프는 적색광과 청색광에 의한 자율신경계의 변화를 실험하였는데, 적색광에서는 혈압이 상승하고 흥분된 감정이 발산되는 반면 청색광에서는 혈압이 안정됨으로써 평온한 감정이 생겼습니다.

1958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자 로버트 제라드 박사는 빨강, 하양, 파랑 3가지 색광에 대한 혈압, 손바닥의 땀, 호흡주기, 맥박, 근육활성도, 심장박동주기, 뇌파, 눈 깜박임 등의 생체 반응을 측정하였습니다. 그중에서 청색광은 신경계의 각성안정도, 호흡수와 눈 깜박임의 빈도 및 혈압을 감소시켜 행복감과 평안함, 즐거운 생각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특히 그림에서 쓰인 파랑은 고흐가 캄캄한 어둠이라고 표현한 어두운 파란색으로서, 가까이 두면 정신을 안정시키고 숙면을 유도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어둠을 밝히는 노랑도 수면을 방해하는 조명이 아니라 물결에 잔잔하게 흘러내려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마치 창문을 열었을 때 내 방에 내려앉은 별빛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지요.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이 그림의 힘은 바로 구석에 있는 작은 부부입니다. 무서운 것을 혼자 상대할 때와,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곁에 있을 때의 느낌은 전혀 달라지지요? 작게 그려져 있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이 부부가 존재함으로써, 이 밤 전체가 무섭거나 두렵지 않은 공간으로 변화합니다.

시험 전, 후에는 이런 저런 생각들로 불면이 찾아올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 중 하나가 바로 잠이라고 하지요. 성인 베드로도 감옥에서 죽게 생겼을 때 잠을 자다가, 천사가 나오라고 얘기했는데도 잠에 취한 나머지 비몽사몽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촉박하고 중요한 상황일수록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에게 여유를 주고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갈 힘이 됩니다.

색채의 마술사인 고흐가 제공하는 따뜻한 어둠에 불안과 근심을 내려놓으세요. 아를의 강가는 어느덧 편안한 꿈길의 배경이 되어줄 것입니다.

김선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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