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한국의 아름다움을 입다
한복, 한국의 아름다움을 입다
  • 김미주 기자
  • 승인 2018.11.07 10:04
  • 호수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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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한복 브랜드 ‘무릇’ 강나래(27) 대표

 

Prologue

한복이 변하고 있다. 특별한 날만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한복은 점차 우리의 생활 속에 녹아들며 형태 또한 21세기의 생활에 어울리게 변화한다. 한복의 매력을 알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지금, 한복의 매력에 빠져도 단단히 빠진 사람이 있다. 바로 생활한복 브랜드 ‘무릇’의 강나래(27) 대표이다. 입기 쉽고, 입고 싶은 우리 옷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생활속에서 접할 수 있는 사물을 보며 한복의 디자인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생활한복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생활한복에 빠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사실 어떻게 처음 생활한복을 만나게 됐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원래 한국 문화를 좋아했고, 시장에 생활한복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자마자 자연스럽게 입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한복을 입다 보니 만들 수 있겠다 싶었고, 원래 천을 다루는 일을 한 덕분에 집에 원단이 많이 있어 자연스레 만들게 됐다.

▶ 생활한복을 일상생활에서 보기 힘든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인식의 문제인 것 같다. 생활한복이 보편화 됐다고 해도 많은 사람에게 한복을 입는 것은 관심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아직 남아있다. 실제로 지인이 여자 친구의 부탁으로 생활한복을 선물했지만, 막상 여자 친구가 생활한복을 입고 데이트를 하러 나왔을 때는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 한복은 불편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 편견은 최근에 많이 깨졌고, 깨지는 중이다. 내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한국 문화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들이 많았다. 외국제품이 좋은 것, 국산 제품은 별로라는 생각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전통한복은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복은 점차 편하고, 한국의 정체성까지 살릴 수 있는 21세기 옷으로 바뀌고 있다.

▶ ‘무릇’의 한복 컨셉은 감성 한복이다. 어떤 의미가 있나.

‘감성’이라는 단어는 따뜻하고 차분하다는 뜻이 있다. 그 이미지를 가져오기 위해 한복의 색감을 한 톤 다운시켜 소비자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게끔 한다. 사실 이것은 내가 추구하는 신조이기도 하고, 취향이기도 하다. ‘무릇’의 감성 한복이란 간단하게 말해 마냥 화려하지 않은 걸 의미한다.

▶ 한복을 만들 때 주로 영감을 얻는 곳은 어디인가.

‘와디즈’라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한국의 미 콜라보레이션’ 이라는 주제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요즘에는 그 프로젝트를 통해 청화백자에서 따온 한복 디자인, 수묵담채가 섞인 한복 디자인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한복뿐 만 아니라 그림이나 도자기처럼 한국의 미가 섞인 다른 분야에서 주로 영감을 얻고 있다.

▶ ‘무릇’의 옷은 보통 원피스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허리 치마나 저고리도 있긴 하다. 아무래도 취향의 차이인 것 같다. 치마 형태와 원피스 형태를 모두 만들어보고 입어봤지만, 원피스 형태가 착용감도 좋고 입기도 쉽고, 생활에 녹아들기도 좋다. 저고리와 치마가 나뉘어 있으면 한복의 틀에만 갇히게 된다.

▶ 생활한복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섬세함이다. 양장과 한복은 ‘섬세함’이라는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양의 기운을 받는다는 의미로 한복은 고름의 봉제선 방향을 위로 가게끔 박아놓는다. 어떻게 보면 미신이지만 이런 세세한 요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우리가 일상에서 한복을 즐겨 입을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첫 단계는 일상에서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작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을 것이다. 행사, 여행, 졸업식 같은 기념일들에 먼저 한복을 챙겨 입기 시작해도 일상으로 따라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또한 기념일에는 ‘더 많이 입어주시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이벤트를 자주 진행하는 편이다.

▶ 지금까지 만들고 판매했던 많은 한복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복은 무엇인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청화백자 철릭’으로 제일 애정이 있는 옷이기도 하고, 올해 우수문화상품 한복분야에서 시상을 받은 상품이다. 다른 하나는 ‘딥그린 설립’이라고 면 재질을 레이스로 표현한 초록색 계열의 원피스다. 이 제품의 판매량이 평소 제품의 판매량보다 몇 배나 많은 수준이었기에 우리 ‘무릇’의 발판이 됐다고도 볼 수 있다. 또 ‘무릇’의 방향성을 잡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던 옷이다.

▶ 25살에 사업을 시작했다. 젊은 나이에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사회생활을 많이 하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 졸업하고 스스로 한복 공부를 하며 시작했던 일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해야만 했다. 경제적인 것까지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수라는 것 자체가 용납되지 않으니까 초반에 많이 힘들었다.

▶ 한복 기획자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남성 한복을 준비 중이고, 옷 원단에 천연 염색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한복 잠옷도 생각하고 있다. 기모노 잠옷은 시중에 많지만, 한복으로 된 잠옷은 아직 없다. 두 옷의 차이점을 살려 개발해볼 생각이다. 장기적으로는 한복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활동을 지속하고 싶다. 나는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일들을 지속하고 싶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는.

한국. 대학교 내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계속해서 찾아가고 고민했다. 삶의 이유로 삼을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한복이었고, 큰 틀로 보면 한국이다. 사실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는 모른다. 그래도 무엇을 하든 한국을 잃고 싶지 않다.

▶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 졸업한 지 오래되지 않아 건방진 말일 수도 있는데, 학교생활을 하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충분히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을 실제로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아무리 좋은 직장, 돈을 많이 받는 직장에서 일한다고 해도 적응을 못 하기도 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학부 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미있었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은 선택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시간은 학생 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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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서 만난 강대표의 패션 역시 생활한복이였다. 강 대표의 패션만큼 더 눈에 띄었던 것은 그의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외국문화에 친숙해져 있던 것은 아닐까.

기자는 인터뷰가 끝난 후 돌아가는 길, 한복을 입고 전 세계인들과 만나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강 대표의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 무릇 강나래 대표
▲ 무릇 강나래 대표

 

김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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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tedstat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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