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헨리 데이빗 소로우『월든』
문학 - 헨리 데이빗 소로우『월든』
  • 김민제 기자
  • 승인 2018.11.13 14:52
  • 호수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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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서재 29 : 자연의 삶에서 인간의 길을 돌아보다

<이 도서는 김옥성(국어국문) 교수의 추천 도서입니다.>

"저자의 심오한 내면적 성찰과 섬세한 문장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가치 있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저     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
책이름     월든
출판사     은행나무
출판일     2011 .08 .22
페이지     p.503

 

 

 

 

사업을 시작하려면 먼저 그에 알맞은 장소를 찾아야 한다. 무역업을 시작하고 싶다면 항구 근처를, 장사를 하고 싶다면 사람이 많은 길목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사업을 위한 장소를 찾아다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근처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 홀로 오두막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그가 시작하려는 사업의 업종은 ‘사색’이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후 세속적인 성공에 회의를 품어 2년 2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호숫가에서 원시적인 육체노동만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는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하면서 인간과 자연,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시도했으며, 그 사색의 시간을 엮은 것이 바로 『월든』이다.


산업혁명 직후, 성공과 노동에만 관심을 쏟던 당시의 모습에 대해 저자는 날카로운 비판을 던진다. 유행만을 좇으며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지지 못한 채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세속적인 경제관념에 물들어 의식주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얻는 일에 필요 이상의 노력이 소모되는 현실. 그는 이러한 세태를 향해 기본적인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소박하고 간소한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자기 절제를 통한 불필요한 욕망의 억제를 통해 자연을 착취하는 상업주의를 타파하고, 나아가 환경에 대한 윤리 의식을 확장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대상에 의미를 부과하지 않고 수식어를 최대한 배제한 채 그 자율성을 보장하는 생태 중심의 언어표현은 자연과 인간이 만든 언어가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면서 변화하는 호수와 숲의 모습, 신비로운 먹이사슬의 균형을 이루며 인간이 만든 깊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자연의 생명력은 저자의 세밀한 관찰과 묘사를 통해 『월든』에 담기게 된다.


소로우는 생전에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이는 그의 저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찌감치 산업화와 근대화의 폐단을 비판하고 자연을 가까이하며 내면의 풍요로움과 검소한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의 글은 출간된 지 100년이 넘은 후에야 사람들의 손에 들리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경쟁과 지나친 자본주의가 인류가 기대했던 것만큼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다는 깨달음이 진행되면서, 그 대안 중 하나로 『월든』의 삶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지금, 숨 가쁘고 답답한 일상에 지쳐 잠시 쉬고 싶다면, ‘월든’으로 발길을 향해보자. 호숫가 옆 작은 오두막에 앉아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샌가 그 소박하고 정직한 삶의 방식에 매료돼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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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ange8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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