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쯤’에 담긴 무례한 진실
‘나 하나쯤’에 담긴 무례한 진실
  • 박혜지 기자
  • 승인 2018.11.13 14:52
  • 호수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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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지 취재기자

 


최악의 상황 생각하기. 비관적으로 생각하기. 기자는 낙관보다 비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마음은 편할지라도 갑작스러운 어려움이 닥치면 큰 혼란에 빠지기 쉽다. 반면, 부정적인 결과의 상황까지 생각해서 플랜 A, B, C를 마련해놓으면 곤란에 처해도 금방 헤쳐나갈 수 있다.


YOLO(You Only Live Once)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여행을 쉽게 계획하고 다녀오곤 하는데 간혹 우리의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멋있고 개성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남의 집 대문 앞 문고리를 잡으며 사진을 찍고, ‘들어오지 마시오’라는 푯말이 있지만, 살포시 무시하고 들어가서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하는 행동들이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하진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되는 현장이었다. 북촌 한옥마을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조용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모 인기 예능 프로그램 방송이 나간 이후 동네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갑작스럽게 전국적인 관광지가 됐다. 


기자는 처음 취재를 기획하고 취재 장소를 ‘북촌한옥마을’로 정했을 때 많은 걱정을 했다. 취재하러 가는 날이 공휴일이나 주말도 아닌 애매한 목요일이었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상황을 발견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몇 날 며칠 취재 날짜를 바꿔야 하나, 취재 장소를 바꿔야 하나 고민했다. 


역시나 처음 북촌한옥마을에 들어갔을 때는 생각보다 관광객이 적었다. ‘북촌한옥마을이 항상 붐비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대에 오버투어리즘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건가?’ 고민하던 순간 누가 봐도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니 한 분이 대문을 기웃기웃하시더니 급기야 대문을 열고 들어가 여기저기 둘러보고 나오셨다. 


아주머니가 나오신 후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말씀을 건넸는데 중국인이셨다. 한국인이셨다면 조금은 불편한 대화를 주고받아야 했을 것 같은데 한편으론 다행이었다. 이후에도 ‘계단에 올라오지 마세요! Don’t Step Here!’ 라는 단어가 적혀있는데도 불구하고 계단에 올라가 맘껏 포즈를 취하는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10월 4일 평범한 목요일에 방문한 북촌한옥마을에서의 무례한 관광객들과 사생활이 사라진 지역주민들. 오버투어리즘의 문제를 단순한 ‘관광지에서 불거진 문제’ 로 가볍게 인식하기보다 조금은 더 비관적으로 현 문제 상황을 바라보고 지역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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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ej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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