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촌한옥마을 오버투어리즘
■ 북촌한옥마을 오버투어리즘
  • 이병찬ㆍ박혜지
  • 승인 2018.11.13 16:23
  • 호수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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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rainbow
아름다움의 한쪽 뒤편에 있는 것

 

Prologue

피톤치드 가득한 울창한 숲, 바람 소리만 들리는 드넓은 갈대밭,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할 수 있는 일출 명소. 잡지나 인터넷, TV 여행프로그램에서 힐링 명소로 소개하는 한적한 관광지들은 직접 찾아갔을 때 우리는 그곳에서 기대하던 감동보다 실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연출된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여행객이 관광지에 몰리기 때문이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관광을 의미하는 ‘Tourism’에 과잉을 뜻하는 접두사 ‘Over’를 합친 이 용어는 특정 관광지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한계 이상의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여러 부작용이 동반되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관광객의 증가로 인해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확대되면서 그 심각성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 관광도시인 이탈리아의 베니스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반관광(Anti-tourism)시위가 확산되며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 ‘관광객은 떠나라’, ‘우린 살아 숨 쉬는 진정한 도시를 원한다등의 구호들로 지역사회와 관광객의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오버투어리즘으로 신음하는 북촌한옥마을로 떠났다. 그곳 주민들은 어떤 불편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가 한옥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상생할 방법은 없는걸까. 가을의 어느 날 북촌한옥마을을 노닐어 봤다.

 

 

그들만의 즐거운 여행, 오버투어리즘
 

북촌한옥마을은 경복궁과 창덕궁 그리고 종묘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서울의 600년 역사와 함께 해온 우리의 전통 거주 지역이다. 거대한 두 궁궐 사이와 밀접해 전통한옥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으며, 다양한 모양의 옛 골목길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600년 고도의 풍경을 극적으로 보여줘 경복궁, 창덕궁 그리고 종묘 등과 함께 조선 시대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북촌한옥마을은 역사유적지가 아닌 사람이 사는 엄연한 주거지이다. 관광진흥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북촌한옥마을은 관광지가 아닌 일반주거지역이기 때문이다.

 

북촌한옥마을을 마주하자 눈앞에 이곳이 정말 21세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오직 한옥만이 줄지어 서 있다.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말과는 무색하게 고즈넉한 골목 사이로 예닐곱명의 관광객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그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언어는 다양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한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찾을 수 있었다.

 

그저 한옥을 뒤로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 한옥의 문고리를 쥐어 잡으며 들어가는 포즈를 취하는 사람, 집 구경을 시켜달라며 벨을 누르고 여의치 않자 마당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 등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 사이에는 온갖 천태만상이 보인다. 또한 마이크를 크게 틀어놓고 설명을 하는 관광 가이드, 크게 소리를 지르며 시끄럽게 웃고 다니는 관광객, 쓰레기봉투가 모인 주변에 마구잡이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북촌한옥마을 사람들은 돌아가고 싶다
 

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은 지난 4월부터 주민의 사생활을 보호해 달라는 현수막을 걸고 주말마다 집회를 여는 등 주민의 주거권을 보호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조용히 해달라는 취지의 팻말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캠페인 이전보다 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의 피해가 줄어들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이 북촌주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큰 소리로 말하는 등 피해가 여전하다. 원활한 생활을 보장받지 못해 동네를 떠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1~2시간 둘러보다 돌아가면 그만인 관광객들이지만, 그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그야말로 매일 관광객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북촌한옥마을을 관광하도록 관광 허용시간제도를 운영하는 한편, 별도의 인력을 동원해 피켓으로 해당 내용을 관광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해당 제도는 권고사항일 뿐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큰 효과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광객의 도를 넘는 행동을 제재하기 위한 강제성이 있는 방법으로는 경범죄 처벌법이 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 또는 여러 사람이 타는 기차, 자동차, 배 등에서 거친 말이나 행동으로 주위를 시끄럽게 하거나 술에 취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정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 또 악기, 라디오, 텔레비전, 확성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 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시끄럽게 한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법률을 관광객에게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음주 상태에서 거친 말과 행동을 하거나, 확성기나 악기 등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북촌한옥마을 주민 40A 씨는 쓰레기 무단 투입, 관광버스 소음 문제 등으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관광객이 오는 것을 무작정 막을 수는 없지만 관광객들의 공영주차 자리를 확보하고 소정의 입장료를 받아서 지역의 공익과 발전을 위해 재분배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주민 B 씨는 꼭두새벽부터 찾아와서는 엄연한 사유지인 대문계단에까지 올라와서 사진을 찍는다본인은 한 명이지만, 몇백 명이 올라와서 문고리를 잡고 사진을 찍으며 초인종을 누르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어 지자체에 피해에 대한 대책 요구를 해도 무시할 뿐이다. 가장 가망이 있어 보이는 대책은 서울시가 북촌한옥마을을 상업지구로 만들거나 중국인 관광객들로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에서 책임을 지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북촌한옥마을에 위치한 가희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전에는 쓰레기 문제, 소음 문제, 사생활 침해 문제 등이 심했는데 요즘은 덜한 것 같다. 관광체육과에서 시간을 정해 시청에서 공무원들이 조용히 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온 이후부터인 것 같다. 금액적인 보상이 따로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북촌한옥마을 주민과는 온도차 있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제는 우리가 돌아가야 할 시간



그렇다면 북촌한옥마을은 왜 오버투어리즘의 온상지가 된 것일까. 이에 대해 서울관광재단 이재성 대표는 북촌 한옥마을은 거주지역으로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러나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그저 관광지일 뿐이라며 주로 동대문 상업지역과 면세점을 순회시키는 중국 저가여행사들이 관광 비용을 낮추기 위해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 북촌을 자주 관광코스로 잡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관광객 안비호(31) 씨는 사유지라는 푯말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 같다사람들이 다니는 곳에 푯말을 설치한다면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손신욱 씨는 오버투어리즘의 근본적인 원인은 관광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용력을 상회하는 관광객의 방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한정된 공간에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또 너무 오랜 시간을 머물고 가기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방문객의 수와 관광의 강도, 그리고 관광밀도를 낮추는 것이 오버투어리즘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정부가 행정권을 발휘해 관광사업자들에게 지침 제정과 벌금, 규제 등의 합법적인 강제력을 행사하는 방안에 대해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등 관련업체와의 조율을 통해 오버투어리즘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관광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반영하며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pilogue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북촌한옥마을에 땅거미가 진다. 하나둘 북촌한옥마을에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도 돌아가지 않은사람들이 있다. 골목을 배회하며 사진을 찍고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관광객들이다. 돌아가지 못한사람들도 있다. 어두컴컴한 현관 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또다시 흠칫 놀라는 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이다. 그들은 예전의 고즈넉한 골목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지속가능한 관광, 그리고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는 관광지로 남기 위해서는 관광지의 주민, 관광객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정해진 약속을 따라야 한다. 짧게 보아 지름길이라 생각해 약속을 어기게 된다면, 멀리 보게 될 때는 주변을 빙 돌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여행이 행복한 이유는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돌아갈 수 없는 여행은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돌아가지 않은 사람들은 여행에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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