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그림의 힘
  • 김선현 작가
  • 승인 2018.11.13 16:26
  • 호수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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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실패의 두려움을 감싸는 그림
▲ 니콜라이 듀보브스코이, 폭풍 전 고요, 1889
▲ 니콜라이 듀보브스코이, 폭풍 전 고요, 1889

막연한 두려움, 무언가를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인생에 중요한 일이 단 한 번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 두려움은 평생 우리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다음 일이 두려워지고 내 일이 없으면 내 주변 사람들이 겪을 일이 두려워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를 들어, 오디션 같은 시험은 일종의 도전인데, 도전을 하기도 전에 두려움부터 갖는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듭니다. 이번 그림은 닥치지도 않은 일에 겁부터 내는 독자들을 위한 포근한 느낌의 작품입니다. 이 그림으로 무엇이든 당당하게 도전하는 힘을 받게 될 것입니다.

차가워 보이는 수면 위로 몽실몽실한 구름이 두텁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분명 구름으로 뒤덮여 있는데, 수면에는 반짝 햇살이 비쳐 있지요. 잔잔한 수면은 마치 유리처럼,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입니다. 평소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막연한 두려움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라면 저 물에 빠지면 얼마나 추울까?’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그럴 때는 잠깐 그 위에 드리워진 폭신한 구름을 쳐다보세요. 물에 빠지려고 해도 그 위에 구름이 폭신하게 받쳐주지 않을까요? 구름인데 솜뭉치처럼 두터우면서도 아주 포근해 보입니다. 나를 시험의 두려움으로부터 부드럽게 감싸줄 것만 같은 구름이 이 작품의 힐링 포인트입니다.

그림 속 구름이 주는 심상이 어떻게 두려움을 없애주는 걸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의 유명한 원숭이 실험을 잠깐 얘기하겠습니다.

해리 할로우 박사는 갓 태어난 아기 원숭이를 철사로 감싼 모형 엄마 원숭이, 헝겊으로 감싼 모형 엄마 원숭이가 있는 우리 안으로 들여보냈습니다. 철사로 감싼 모형 원숭이에는 젖병을 놓아둔 채로요. 처음에 젖병이 있는 철사 원숭이에게 다가갔던 아기 원숭이는, 머지 않아 헝겊 원숭이 품에 안겼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해리 할로우 박사는 스킨십이 정서적 안정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원초적인 감각에 솔직한 아기 원숭이가 우유를 주는 철사 엄마가 아니라 부드러운 촉감의 헝겊 엄마를 선택했다는 건, ‘헝겊 엄마가 훨씬 편안하다는 뜻입니다.

실제 저희 연구원도 소외계층 아이들과 미술치료를 진행했는데, 상담이 끝나는 날 헝겊 인형을 주었더니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더랍니다. 인형을 꼭 껴안고 얼굴을 부비는 모습에서, 부족했던 애착을 헝겊 인형과의 스킨십을 통해 메우려는 아이들의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부드러운 천이 주는 촉감, 그 스킨십으로부터 야기되는 정서적인 안정은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효과를 줍니다. 나를 괴롭히는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편안한 마음을 되찾고 싶을 때 좋은 그림이 지금 소개한 니콜라이 듀보브스코이의 <폭풍 전 고요>입니다.

어릴 적 부들부들한 헝겊 인형이 주었던 위로와 따듯함을 그대로 느껴보기 바랍니다.


김선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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