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기념일은 무슨 의미입니까?
당신에게 기념일은 무슨 의미입니까?
  • 김명훈 연애팟캐스트 제작자
  • 승인 2018.11.19 17:38
  • 호수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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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을 위한 연애 지침서
▲빼빼로 데이, 쌓여 있는 빼빼로들
▲빼빼로 데이, 쌓여 있는 빼빼로들

 

얼마 전 11월 11일이었다. 원래 이날은 농업인의 날, 지체장애인의 날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빼빼로데이로 알고 있을 것이다. 제과 업체의 마케팅전략에 많은 사람이 ‘빼빼로데이’로 인식하지만 그래도 다른 의미 있는 날이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집어보았다.

일단 기념일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이렇다. 축하하거나 기릴 만한 일이 있을 때, 해마다 그 일이 있었던 날을 기억하는 날. 우리나라에는 49개의 기념일이 존재한다. 이것은 법정 기념일이라 하며 각종 기념일 등 관련 규정에 따른 기념일이다. 그리고 ‘빼빼로데이’처럼 마케팅으로 생긴 날들이 약 58가지나 된다. 거기에 자신의 생일, 연인이라면 100일, 200일, 1주년 등 모든 숫자를 합하면 100여 가지 기념일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많은 기념일 중 솔로와 연인들이 의미 부여하고 챙기는 기념일의 개념은 다르다. 솔로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을 기다릴 텐데, 이날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날로 굳어져서 그럴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백을 할 준비와 받을 준비가 공존해있기 때문에 썸 타는 이들에게는 기회의 날로 인식한다.

연인에게도 기념일은 중요하다. 100일, 200일, 1주년,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기념일이 존재한다. 특히 사귄 기간에 의미를 두는 연인들이 많았는데, 이 내용을 뒷받침할 설문조사가 있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에서 미혼남녀 867명을 대상으로 ‘챙기지 않으면 섭섭한 기념일’을 조사했는데, 순위를 살펴보면 1위 생일, 2위 1주년, 3위 크리스마스 순서였다.

하지만 반대로 ‘챙기자니 부담스러운 기념일’도 있는데, 1위 100일 단위의 기념일, 2위 빼빼로데이, 화이트데이 등 매달 14일데이, 3위 사귄 지 22일 되는 날을 기념하는 투투데이 순으로 나타났다. 다른 설문 조사에서도 생일, 1주년 등 자신에게 의미 있는 날을 애인과 함께 보내고 싶은 날로 조사됐고, 마케팅으로 생긴 날은 “딱히 챙기고 싶지 않다.” 라고 대답했다.

물론 위의 통계자료로 연인들에게 어떤 날을 챙겨라, 어떤 날은 그냥 넘어가라 하는 건 아니다. 내가 아닌 너와 나가 좋다면 기념일을 챙기면서 매월을 이벤트 있는 달처럼 살아도 된다. 하지만 억지로 하게 된다면 기념일이 아닌 이별일이 될 수 있다는 점 주의해야 한다. 특히 기념일의 갈등요소를 잘 보여주는 자료가 있는데, 알바몬에서 연애 경험자 735명을 대상으로 ‘기념일에 정말 보고 싶지 않은 꼴불견’을 조사했다.

3위부터 살펴보면 ‘기념일은 핑계고 자랑이 목적인 듯한 SNS 및 문자 실시간 중계’를 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선물을 받았다는 기쁨보단 이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는 선물을 준 애인을 단순히 선물공급자로만 생각한 꼴이며, 이를 지켜보는 주변인들에게도 유난 떠는 행위로 보일 뿐이다.

2위는 ‘자기는 종이학, 편지로 때우면서 애인에겐 비싸고 크게 바라는 선물’을 받으려는 사람이다. 물론 종이학, 편지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제 상황, 생활에 따라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다.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애인이 노력해서 선물해줬다면 최대한 그 노력을 알고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기적인 계산법을 내 연인에게 적용하지 말자.

▲ 안 챙기면 서운한 기념일들
▲ 안 챙기면 서운한 기념일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1위는 ‘모든 기념일을 다 챙기려고 하는 극성’인 사람이다. 첫 문단에서 언급했듯 우리나라 기념일은 국가, 지자체 지정 기념일 빼고도 60개가 훌쩍 넘어간다. 물론 서로가 맞아서 매월 매일을 이벤트로 가득한 삶을 살고 싶은 커플도 있다. 누구는 그렇게 안 하고 싶겠는가? 현실적으로 이놈의 ‘돈’이 부족해서 그렇지..

모든 날을 챙기려고 하는 것보단 가끔씩 찾아오는 생일과, 사귄 N 주년을 더 뜻깊게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

함께 방송하는 출연진들에게 물어봤다. 당신에게 기념일은 어떤 의미냐고... 그랬더니 남자출연자는 잘 이용하면 서로에게 좋지만 잘못하면 오히려 점수를 크게 잃을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자게스트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상대방도 나도 크게 바라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연애를 오랫동안 할 수 있던 생각이었다” 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념일에 대한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출연진이 자신들이 받았던 질문을 했다. “당신에게 기념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래서 대답했다. “결국, 내 연인과 함께 있는 그 자체가 이미 의미로서 충분하다” 라고... 나는 네가 있고, 너는 내가 있기에 서로 의미 있는 존재이며 기념일도 챙길 수 있다. 나와 애인이 없다면 과연 기념일은 존재할까? 함께 있는 날을 기념일처럼 아껴주고 사랑하면서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따뜻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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