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자치기구의 창조적 혁신을 기대한다
교내 자치기구의 창조적 혁신을 기대한다
  • 단대신문
  • 승인 2018.11.20 15:50
  • 호수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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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내는 각종 자치기구의 선거로 분주하다.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대학에서도 선거가 한창이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서는 투표율이 너무 낮거나 선거관리 상의 문제로 선거를 중단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후보자가 없어서 아예 선거가 미루어지기도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행히도 우리 대학은 다른 대학과는 달리 선거가 차분하게 잘 치러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적지 않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자치기구는 한국현대사의 굴곡만큼이나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해방 직후에는 대학 내에서까지 좌익과 우익의 학생조직들이 정치적인 대립을 벌였다. 또한 이승만 정권에서는 학생 조직을 직접 통제하기 위하여 군대식 편제를 갖춘 학도호국단을 창설하여 정권의 전위대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4.19를 거치며 학생들이 학도호국단을 해체하고 학생회를 건설했지만 5.16 이후 박정희 정권은 학생회의 활동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1975년에는 학생회를 다시 해체하고 학도호국단을 부활시켰다. 모든 학생들은 군사조직 형태로 편성되어 군사교육을 받아야했고, 학생대표자들은 모두 총장이 임명하였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학도호국단의 군대식 명칭을 바꾸고, 대표자를 간접선거로 선출하는 등 외형적인 변화를 시도했지만 내용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민주화의 열망을 모아 스스로 학생회를 부활시키기 시작했고 1985년에는 정부도 학도호국단의 폐지와 학생회의 부활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대학에서도 그 해에 총학생회가 부활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으로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에나 정상적인 학생회 활동이 가능했다.
절차상의 민주주의가 확보되기 시작했던 1990년대의 자치기구들은 정치투쟁 일변도의 활동 대신에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하여 변화를 거듭하였다. 그리고 2000년대에는 학생회의 탈정치화가 나타나고 다양한 가치를 내세우는 학생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대적 절박함이 사라지자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크게 약화되었다.

이렇듯 사회 조직인 대학의 자치기구는 대외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동시에 이 조직은 내부적으로도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매년 최소 약 25% 이상의 내부 구성원이 교체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구성원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과 고민들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학의 자기치구는 매년 자신의 정체성을 재검토해야할 정도의 내부적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나름대로의 역사와 관행을 가지고 있으며, 대학의 자치기구도 마찬가지이다. 그 결과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변화에 민감하지 못한 조직은 스스로를 부정하거나 왜곡시키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단 하나의 방안이다. 구성원들의 이해를 반영하지 못하는 조직은 생존의 기반을 잃고 소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부의 엄혹한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학생회를 재건하고 자신의 시대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던 선배들의 전통을 다시 한번 돌아볼 일이다. 교내 자치기구의 창조적 혁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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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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