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세상입니다
어서오세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세상입니다
  • 한예은 기자·장민수 수습기자 정리=김미주 기자
  • 승인 2018.11.21 09:57
  • 호수 1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Prologue

OECD ‘더 나은 삶의 지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 순위는 38개국 중 29위로, 특히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관계망 지수는 38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행복은 정서적인 영역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지수가 높아지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또한 성장할 수 있을까.

흔히 우리는 길을 걷다 보면 장애인, 임산부, 노약자 등을 배려한 시설물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동문 같은 경우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이지만, 자동문의 문이 빨리 닫히게 된다면 걸음이 느린 노약자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과 노약자 모두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여기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보편적 설계라고도 해석되며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우리 대학, 그리고 우리 주변의 ‘유니버설 디자인’을 심층적으로 탐구해보고자 한다.

 

#유니버설의 시작

유니버설 디자인은 1974년 국제장애인 생활환경 전문가 회의에서 처음으로 개념이 정립됐다. 유니버설 디자인센터의 소장이자 건축가인 Ronald Mace는 장애인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 ‘장애로 인한 특별한 요구를 가진 사람도 적응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원리를 기반으로 처음 유니버설 디자인의 명칭과 개념을 제시했다. 이후 미국 North Carolina 주립 대학의 Universal Design 센터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관한 연구」논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7가지의 원칙을 만들었다. 공평한 사용, 사용상의 융통성,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정보 이용의 용이, 오류에 대한 포용력, 적은 물리적 노력, 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 위의 7가지 원칙에 기초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현재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활발한 연구와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심을 두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로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개념조차 생소한 형편이다.

# 우리 대학에서 마주한 유니버설 디자인

현재 죽전캠퍼스에는 87명의 장애 학생이, 천안캠퍼스에는 2명의 장애 학생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가 함께 배우고, 활동하고 있다. 우리 대학을 일반 시설물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유니버설 디자인 가이드라인 대조표(대조표의 적용 범위는 크게 5개 분야로 보도 및 자전거도로, 차도, 공원⋅광장, 공공건축물, 공공매체이다)를 천안캠퍼스에 적용해봤다. 천안캠퍼스 안전관리팀에 체크리스트 작성을 의뢰한 결과 전체 271개 항목 중 224개(83%) 항목이 지켜지고 있었다. 하지만 유니버설 디자인 가이드를 바탕으로 다시 점검해 본 결과 유니버설 디자인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승강기, 장애인 화장실, 진입로 접근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외국어대학과 예술관, 학생회관에서 자동문이 고장 나 문이 닫히지 않거나, 청소 용구를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해 본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장애인 화장실이 4곳 있었다. 또한 예술관의 경우 건물 입구, 외국어대학의 경우 1층 건물 진입로가 계단을 통해서만 건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었다.

유니버설 디자인 학회에 우리 대학 유니버설 디자인 현황을 자문하자, 한양대학교 안미리(교육공학) 교수는 “기본적인 시설은 갖추고 있으나 공통으로 부족한 부분은 마감재와 바닥 조명”이라며 “마감재나 바닥 조명이 필수적인 사항은 아니나, 사용자 간의 격차가 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시설이다”고 말했다. 시설을 다시 부수고 공사하는 과정은 비용과 노력이 많이 소비된다. 따라서 그는 처음 설계 단계부터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접목돼야 함을 강조했다.

# 한계 없는 유니버설 디자인

죽전캠퍼스의 경우 지난해 3년마다 교육부가 주관해 시행되는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 평가’에서 최우수 대학에 선정된 바 있다. 평가는 크게 교수·학습, 시설·설비 등 3개 영역에서 90점 이상을 받았다. 또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싵태 자체평가 보고서에서는 장애 관련 시설이 우수하게 갖춰져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집현재와 종합실험동 건물, 하나로 통일돼 있는 학생 식당 배식구 높이, 외국인 유학생 안내 언어가 없는 도서관 안내판 등과 같은 부분에서는 다소 부족함이 드러났다. 이에 김재훈(응용컴퓨터공‧2) 씨는 “여닫이문이 장애 학생들이 여닫기가 힘들 때가 있다”며 “문에 센서 등을 설치해 자동으로 열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개방돼 있지 않은 문은 장애 학생들에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장애학생 지원센터 관계자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며 “장애 학생을 위해 각 건물의 강의실이나 화장실에 점자블록을 추가로 설치 중이다”고 말했다. 이렇듯 사회적 약자의 차별적인 접근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벽을 단순히 수치로 해결하는 수준보다는 디자인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차별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초기 목적인 보편적 설계, 건물에 대한 접근성 확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며 교육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혀왔다. 특수교육 대상의 편리한 학습을 위해 만들어졌던 보편적 설계에 입각한 교육 UDL(Universal Design for Learning)은 교육 서비스가 특수교육 대상을 위한 것뿐 아니라 다른 학생에게도 혜택이 간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대학에서도 UDL 접목이 가능한데 장애 학생을 포함하는 수업 설계, 매체 활용, 평가 방법 등이 있다. 한 개의 수업방식이 아닌 텍스트, 미디어, 오디오 등 다른 보조적인 장치를 활용하는 것이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선

국립재활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수는 241만9천 여 명으로 이 중 90%는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 발생이다. 후천적 발생 중 55.6%는 질병에 의한 장애였으며 사고는 34.4%에 달했다. 반면 선천적 장애는 4.9%에 불과했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장애인 10명 중 9명은 후천적 장애인이다. 현재는 비장애인이지만, 본인이나 가족, 누구도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익명을 요구한 천안캠퍼스 학생 A 씨는 “지난 9월 체육대회에서 사고로 다리를 다쳐 목발을 사용 중인데 외국어 대학과 사회과학관 계단을 오를 때 많은 위험을 느낀다”며 “이전에는 몰랐는데 다리를 다쳐 목발을 사용하자 이동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학교 건물에 엘리베이터와 같은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 모두를 위한 배리어 프리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은 단순 시설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개념에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가 있다. 배리어 프리는 고령자나 장애인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배리어 프리는 약자들의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실천되고 있다. 몸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을 자주 볼 수 있는 복지관에서는 배리어 프리는 필수적이다. 용인시 수지구장애인복지관에서는 휠체어를 직접 타고 불편한 부분에 대해서 찾고 지도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에 복지관 관계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 학우와 함께 교육을 받는 공간인 우리 대학에서도 배리어프리는 필수적이다. 우리 대학은 문화 부분에서 배리어 프리의 실천을 볼 수 있다. 죽전캠퍼스의 경우 매년 재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교와 배리어 프리에 관해 추가해야 할 사항에 대해 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연극과 영화에 관심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이해 교육을 받고, 배리어 프리 다큐나 영화를 만드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Epilogue

유니버설 디자인의 좋은 취지와는 다르게 모두가 행복한 보편적 설계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과 대가가 요구된다. 불편을 겪고 있지 않은 주류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 생활환경디자인연구소 최령 대표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눈높이를 사회적 약자에 맞추는 것”이라며 “내 주변의 불편한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더욱 나은 세상 만들기에 일조하였으면 한다. 이 나은 세상은 나에게 더 멋진 세상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의 유니버설 발전 속도는 아직 더딘 편이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을 확대하는 것은 중요하다. 기업과 정부, 모든 국민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이해하고 포용하는 관점으로 발전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대학에서 교육과 실천을 바탕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이 하나의 겉에 보이는 물리적인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면 더 나은 사회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