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서 어른, 어른에서 키덜트가 되는 과정
아이에서 어른, 어른에서 키덜트가 되는 과정
  • 손나은 기자
  • 승인 2018.11.22 12:02
  • 호수 14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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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키덜트(Kidult) 문화

누구나 영유아기를 함께했던 장난감이 하나쯤은 있다. 플라스틱 자동차부터 봉제 인형까지, 다양한 종류와 모양의 장난감들은 단순한 유희거리를 넘어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친구였다. 하지만 하나둘 나이를 먹어가며 유치하고 아이 같다는 이유로 아끼던 인형과 완구를 졸업한다. 사촌 동생에게 물려주거나, 집 한구석에 쌓아두고 방치하는 등 장난감들은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혀지곤 한다. 그 시절, 우리가 가졌던 장난감에 대한 마음은 어른이 되며 정말 사라진 걸까.

▲ 크리스마스를 맞은 솜인형들
▲ 크리스마스를 맞은 솜인형들

 

신촌의 화려한 간판과 길거리 매점들, 사람이 가득한 프랜차이즈 가게를 뒤로한 채 신촌역 4번 출구로 나와 쭉 걷다 보면 키덜트를 위한 골목이 나온다. 먼저 작은 인형 가게가 기자를 반긴다. 입구부터 귀여운 솜인형들이 미리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그마한 가게 곳곳에 다양한 인형들이 즐비해 있다. 어렸을 적 떼를 써서라도 가지고 싶었던 솜인형의 천국이 바로 이곳일까. 자세히 살펴보니 인형끼리도 가계도가 있었다. 이런 점이 사람들의 수집욕을 자극했는지 기자가 방문한 늦은 오후에도 사람들의 인형 구매는 끊이지 않았다.

가게를 나와 코너를 돌면 보이는 건물의 지하에는 피규어 가게가 위치해 있다. 출입문부터 다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즐비해 있고, 안쪽 벽 전체는 피규어 전시장으로 사용된다. 최근 인기가 많은 ‘스누피’나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는 만화인 <드래곤볼> 등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피규어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다.

▲ 특색 있는 베어브릭들이 진열돼 있다
▲ 특색 있는 베어브릭들이 진열돼 있다


다음 건물로 넘어가 베어브릭이 중심인 장난감 가게를 들렀다. 열쇠고리로만 보던 곰돌이 모양의 로봇이 28cm의 거대한 크기로 나열돼있다. 다양한 콘셉트로 덧칠된 베어브릭은 같은 형태임에도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개별로 영화나 각색된 상황에 맞게 구성된 베어브릭은 장난감치곤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많은 이들이 구매한다. 어린 시절이라면 쉽사리 사지 못할 장난감을 어른이 돼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키덜트만의 매력이다.

▲ 영화 '토이 스토리'에 나오는 앤디의 방
▲ 영화 '토이 스토리'에 나오는 앤디의 방

 

여러 가게를 들르고 손이 묵직해진 채 거리를 걷다 보면 분홍빛의 가게들이 눈에 띈다. 무채색의 건물 사이 곳곳에 존재하는 소품 가게는 어릴 적 가지고 싶었지만 사지 못한 자그마한 완구로 가득했다. 방문한 가게 한쪽에는 영화 <토이 스토리> 속 앤디의 방을 재현해놓은 곳도 있었다. 영화와 똑 닮은 방을 살펴보니 대학생이 된 앤디와 장난감 우디가 이별한 <토이 스토리 3>의 결말이 떠올랐다. 동시에 잊고 있던 장난감에 대한 마음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어른이 된 후 조금씩이나마 자신의 인생을 부담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오히려 어른이라는 책임감에 집중하다가, 결국 성인이 됐다는 사실을 부채감으로 느끼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부나 자격증 취득 등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리는 것도 좋지만,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장난감을 떠올려보며 잠시 아이가 돼보는 것은 어떨까. 일상에서 눈을 돌려 자신의 기호에 맞춰 작은 장난감을 모아보자. 완구들을 모아 당신이 만든 작은 세계는 일상 속에서 숨을 돌리고 다시 목표를 위해 달려나갈 힘이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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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onn20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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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인 2018-11-23 22:03:56
기사 잘읽었습니다~^^ 저도 꼭 한 번 들러봐야겠네용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