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왕관, 잃어버린 왕좌 ⑮ 헨리 6세
두 개의 왕관, 잃어버린 왕좌 ⑮ 헨리 6세
  • 이주은 작가
  • 승인 2018.11.22 12:02
  • 호수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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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의 두근두근 세계사

이전의 ‘부디 나를 죽여다오’ 편에서 이야기했던 프랑스의 샤를 6세에게는 딸 카트린과 아들 샤를 (외 10명)이 있었습니다. 그중 딸 카트린이 결혼할 때가 되었을 때 영국은 프랑스를 상대로 백년전쟁에서 승승장구하는 중이었죠. 전쟁을 끝내고 싶었던 샤를 6세는 딸 카트린을 영국 왕 헨리 5세와 결혼시키기로 하고 아들이 아닌 사위를 후계자로 삼겠노라며 평화 조약을 공포하였습니다. 만약 이대로만 갔더라면 프랑스와 영국이 한 나라가 되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처남인 샤를은 자기 것이었던 왕위계승권이 매형에게 넘어가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기에 전쟁은 계속되었습니다. 19살에 영국 왕비가 된 아름다운 카트린을 본 헨리 5세는 홀딱 반했지만 어쩔 수 없이 아내를 두고 전쟁터로 떠나야 했죠. 결혼 직후 임신한 카트린은 남편이 없는 사이 건강한 아들도 낳았지만, 남편은 단 한 번도 아들을 보지 못하고 사망하였습니다. 그렇게 고작 9개월 된 아기 헨리는 헨리 6세로 영국 왕위에 올랐습니다. 게다가 얼마 후 외할아버지 샤를 6세가 사망하자, 헨리는 영국 역사 최초로 영국과 프랑스의 왕위를 모두 받은 왕이 되었습니다.

▲ 영국과 프랑스의 왕으로 즉위한 헨리 6세
▲ 영국과 프랑스의 왕으로 즉위한 헨리 6세

 

물론 프랑스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전쟁은 계속되었습니다. 얼마 후, 샤를 왕자가 대관식을 치를 수 있도록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한 소녀가 나타나지만, 그 얘기 역시 또 한참 할 내용이니 요약하자면 결국 영국은 백년전쟁에서 패배하였으며 갖고 있던 대다수의 프랑스 영토를 잃고 칼레라는 작은 지역만 갖게 되었습니다.

▲ 헨리 6세의 대관식
▲ 헨리 6세의 대관식

 

선조 때부터 이어져 온 전쟁을 자신이 패배로 마무리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헨리 6세는 외할아버지 샤를 6세로부터 유전된 것으로 추측되는 정신병이 발현되어 정치에 사실상 힘을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남의 말도 행동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가 하면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는 했죠. 왕비와의 사이에서 아들도 두었지만, 백년전쟁에서도 패배한 왕이 정신도 오락가락한 상태이니 틈을 노린 여우들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엉망진창인 나라 상태를 두고 왕의 친척인 요크 공작은 왕비를 비난했고 이들은 곧 권력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입니다. 결국 왕비가 요크 공작을 유배를 보내고 목을 잘랐다가 복수를 외치는 공작의 아들들이 반격하여 영국에서는 내전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를 장미전쟁이라고 부릅니다. (유명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이 장미전쟁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해서 더더욱 유명해진 전쟁이죠)

아버지 요크 공작의 복수에 성공한 장남 에드워드는 헨리 6세와 그의 가족들을 몰아내고 에드워드 4세로 왕위에 올랐습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라며 헨리 6세의 왕비는 이를 빠득빠득 갈았고 결국 다시 한번 군세를 몰아 영국으로 쳐들어왔지만, 이는 결국 더욱 큰 패배를 가져왔을 뿐이었습니다. 헨리 6세는 아주 잠시 왕위를 되찾았지만 얼마 후 하나뿐인 아들은 전쟁터에서 사망했고 헨리 6세 역시 에드워드 4세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헨리 6세의 정신상태는 온전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얼마 후, ‘헨리 6세는 아들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자연사하였다’고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주변 상황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정신 상태였음을 고려하였을 때, 에드워드 4세 측에서 살해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병약한 마음 탓에 평생 끌려다니다가 살해된 왕 헨리 6세는 오늘날에도 순수하고 불쌍한 희생양으로 기억되고는 합니다. 교육에 관심이 많아 이튼 칼리지, 킹스 칼리지 등을 설립한 헨리 6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이튼과 킹스에서는 매년 기일마다 헨리 6세가 사망한 곳에 백합과 장미를 장식해두고 있습니다.

이주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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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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