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 정고은 수습기자
  • 승인 2018.11.22 12:13
  • 호수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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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교현(24) 제이스타일 플러스 사이즈 모델

Prologue
연예인의 다이어트 전후 사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나라. ‘내가 이 옷이 마음에 드는가’보다 ‘이 옷을 입은 나를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는가’가 우선인 나라. 이력서에 키와 몸무게를 기재하며 매일 다이어트와 씨름하는 나라. 그렇기에 날씬함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돼버린 나라. 바로 한국이다. 이처럼 외모지상주의는 한국을 표현할 때 빠질 수 없는 수식어다.

그러나 여기, 이러한 사회 풍토에 일침을 날리는 멋진 이가 있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 배교현 씨는 현재 제이스타일 에서 많은 이들에게 획일화된 아름다움이 아닌 새로운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다. 빛나는 자신에게 용기를 가지라는 그녀를 지난 8월 17일, 서울특별시 성동구의 제이스타일 사무실에서 만났다.

 


▶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 모델 일을 한 건 학교 선배의 옷 쇼핑몰에서 패션 필름을 찍을 때였다. 촬영을 마친 뒤 본격적인 모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 준비를 하는 도중, 친구가 모델을 구한다는 SNS 공고에 태그를 걸어줬다. 그때부터 모델 일을 시작해 현재 제이스타일 88사이즈 모델이 됐다.

▶ 플러스 모델로서 가져야 할 마음 가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몸 크기에 상관없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자애심이 있어야 한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본인 직업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클수록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활동하는 데 있었던 어려움은 무엇인가.
몸에 대한 악플과 직접 부딪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아, 내가 이런 말을 들으면서까지 모델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댓글들을 하나하나 정독하며 숨기거나 차단하기 바빴는데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뚱뚱하다'는 악플이 달리면, `뚱뚱해도 예쁜 건 나밖에 없을걸'이라는 댓글로 맞받아쳤다. 스스로 당당하게 댓글을 달다 보니 악플은 줄었고 응원해주는 댓글이 많아졌다.

▶ ‘마름’을 아름다움으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름’도 아름다움의 종류 중 하나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마르고 예쁜 사람들만 중점적으로 보여주니까 사람들에게 ‘마른 것이 아름답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뚱뚱한 게 죄라는 얘기도 들었다. 아직 미디어에서 뚱뚱한 몸매의 연예인들을 웃긴 소재로 내보내고 있지만, 뚱뚱한 여성의 입지를 조금씩 긍정적으로 넓혀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자신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인가.
다이어트를 많이 해봤다. 한약도 먹고 금식도 해봤다. 하지만 그 당시의 다이어트는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주변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강행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자신을 다른 사람의 프레임에 끼워 넣었다. 하지만 온갖 시행착오를 겪은 뒤, 누군가의 강요나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다이어트를 하면 악영향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의 건강과 자신감을 위해 올바른 식습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 현재 플러스 사이즈에 대한 수요는 어떻게 되는가.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아직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일반시장에 비하면 작긴 하지만 앞으로 더 커질 거 같다. 과거에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은 남성쇼핑몰을 이용하거나 수선해서 입곤 했는데 요즘은 큰 사이즈의 옷을 구하기도 쉽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된다. 제이스타일에는 디자인팀이 따로 있다. 그래서 다양한 색감을 가진 독특한 스타일의 옷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요도 점점 많아지고 사진 후기를 남기는 분들도 많아졌다.

▶ 플러스 사이즈모델이 많이 생겨나고 발전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있다면.
최근에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나 패션 하울(패션에 관련된 물품을 품평하는 영상)을 하는 유튜버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제이스타일의 모델을 지망하는 지망생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 현상을 보면 사회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플러스 사이즈 시장이 커지면서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이 점점 밖으로 나오는 것 같다.

▶ 롤모델이 애슐리 그레이엄이라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준 사람이 애슐리 그레이엄이다. 그 당시 애슐리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리포터가 애슐리 바비인형을 만든다고 말하자 그녀는 본인을 본뜬 바비인형은 허벅지는 무조건 붙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과 표정에서 자신의 몸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보였다. 그래서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본인이 생각하는 ‘옷’이란 무엇인가.
옷은 겉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 중 하나이다.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나의 개성과 나를 표현하는 첫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옷에 너무 얽매이진 말아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옷에 묻어나야 더 아름다운 자신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 살다 보면 외적인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모습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인드가 생겼으면 좋겠다.

▶ 아직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꼭 드러내지 않아도 빛나는 보석은 언젠가 발견된다.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빛나는 걸 알고 있으니까 희망

Epilogue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이분법적인 생각에 세뇌돼 있다. 사회가 정한 아름다움만이 뛰어나며 그러지 못하면 아름답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수치심에 휩싸이고 다른 사람을 멋대로 판단하기도 한다. ‘좋다'와 `나쁘다'를 나누는 생각이 바로 우리 내면의 갈등을 만들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지 못하는 근원이다. 있는 그대로 지금의 상태를 긍정하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최근,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통해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건강한 아름다움이 중요시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마른 모델들을 선호하던 패션계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자애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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