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그림의 힘
  • 김선현 작가
  • 승인 2018.11.27 16:20
  • 호수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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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 클로드 모네, 푸르빌 절벽 위의 산책, 1882
▲ 클로드 모네, 푸르빌 절벽 위의 산책, 1882

명화를 보여주면 많은 이들이 이 그림을 고르고 선호하지만, 특히 큰 시험을 앞둔 이들이 이 그림에서 가장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바다와 절벽과 하늘과 사람이 한눈에 보이는 그림입니다. 이러한 원경의 그림은 우리 마음을 본능적으로 편안하게 만듭니다. 서양 그림이지만 동양적인 시각에 부합하는 면 때문입니다.

동서양의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면, 서양 아이들은 소실점이 맺히는 집중적 대상부터 그리지만, 동양 아이들은 위에서 신선처럼 쳐다보는 전체적 시각의 그림들을 많이 그립니다. 서양과 동양의 차이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도, 인물화와 사진 촬영을 비교해볼 때 서양은 대상만을, 동양은 주변까지 포함해서 담는 결과가 나타나곤 합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멀리 떨어진 시각에서 사람과 사물이 주변 자연의 일부처럼 조화를 이루는 광경에 호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그림에서의 바다, 하늘이라는 자연은 눈을 시원하게 하고 또 미지의 세계로서 향하고 싶은 곳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절벽 위에 산책을 나온 두 사람은 자기 시간을 여유 있게 쓴다는 점에서 자유롭지만 그렇다고 너저분한 옷을 입은 것이 아닙니다. 정장을 갖추고 양산을 쓰고 만반의 준비를 한 모습이지요. 이렇게 채비를 다 마친 상태로 높은 곳에 서서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바람을 탄 멋진 배가 내게 오고, 내가 그 배에 올라타리라는 자신감을 줍니다.

이 그림은 색을 통해 시험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리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가장 탁월한 효과가 있는 푸른 계열의 색상이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파란색은 하얀색과 어울려 청량감을 자아냅니다. 절벽 위의 풀 또한 우산과 매치되는 행복의 분홍색들이 잔잔한 터치로 스며 있어 따스함이 돋보입니다.

이 그림은 모네가 1882년 푸르빌이라는 마을에 머물면서 그리게 된 그림입니다. 그는 미래의 아내가 되는 알리스 오슈데Alice Hosched에게 이렇게 편지했습니다.

이 고장은 너무도 아름다워지고 있소. 당신에게 기쁨으로 가득 찬 이곳을 구석구석까지 전부 보여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모네는 그 마음을 담아 풍경의 표현에 자신이 기분 좋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색들을 전부 썼습니다. 모네의 특징은 팔레트 위에서 물감을 섞지 않고 바로 사용하면서도 그 순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포착한다는 것인데요, 이 그림도 멀리서 보면 멋들어진 풍광을, 가까이서 보면 순수한 색의 향연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절벽 위의 두 여인은 알리스의 두 딸, 또는 알리스와 그녀의 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폴 세잔Paul Czanne모네는 신의 눈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시험 직전,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치고 보기를 권하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의 공기와 색깔, 자연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자신을 재점검하고, 합격의 배를 올라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선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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