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기업이 힐링을 지배했을 때
2018, 기업이 힐링을 지배했을 때
  • 이환규(영어영문·4)
  • 승인 2018.11.29 19:23
  • 호수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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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아프다. 근원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힐링’이라는 단어는 세상을 정복했다. 이 현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이 단어를 애용하는 것은 그들에게 정말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시대만큼 평화로우면서도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책임져야 했던 세대가 있었을까? 그 부담감은 매우 크다. 게다가 높은 노동 강도와 개인주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소외감은 인간을 더욱더 괴롭게 한다.

문제는 현대의 자본주의가 인간의 이러한 약한 모습을 가만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힐링’이라는 단어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의 SNS와 각종 매체에서 ‘소비’와 같이 쓰인다. ‘힐링’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소비의 당위성을 충족시켜준다. 카페에 가야 하는 이유, 맛집에 가야 하는 이유 등의 각종 소비를 해야 하는 이유는 ‘힐링’이라는 마법 같은 단어 하나면 충족된다. 인간은 지쳐있다. 게다가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소비에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 순간 힐링은 온전히 나를 위한다. 그 순간 나의 지침과 죄책감을 모두 없애준다. 우리는 기꺼이 ‘힐링’이라는 진통제를 투여한다. 그러나 그 진통제는 사실 나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힐링은 매출이 되며 결국 힐링은 소비를 촉진하는 기업의 것이다. 기업은 자신들이 파는 힐링이 누군가를 낫게 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이들은 누군가가 '힐링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에 관심이 있고 그러한 것들만 판다. 우리가 진정으로 힐링을 원한다면 ‘효율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효율적인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렇게 아낀 시간으로 무엇을 하는가? ‘자신에게 휴식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잘 쉴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을 우리는 하고 있는가? 우리는 휴식조차 쉽게 소비하려 한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힐링했다.’는 생각을 사고 그것을 공유하지만 아무도 낫지 못한다.

기업이 파는 Fancy한 힐링은 모두 Fake다. 나는 ‘힐링’이라는 단어를 기업에 넘겨줄 수 없다. 언어는 여러 계급이 참여하는 이데올로기의 충돌이다. 이딴 소비적인 힐링은 너(기업)나 해라. 이런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 말고 사람들 개개인들이 진정으로 위로받을 수 있는 휴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 그리고 ‘힐링’이라는 단어를 스스로 채우자. 힐링은 기업의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다.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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