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민주당을 향한 사랑의 호르몬은 멈췄다
청년들의 민주당을 향한 사랑의 호르몬은 멈췄다
  • 김한길
  • 승인 2019.03.05 23:27
  • 호수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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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총무부장
      김한길 총무부장

 

모든 관계는 언젠가 끝이 난다. 기자도 누군가를 잊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잊혀지며 관계의 짧음에 종종 울적해지곤 했다. 그러다 최근 우연히 그 죄책감을 덜 수 있는 기사를 읽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작아지는 것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때문이지, 우리가 나빠서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다시 말해 세상의 모든 관계는 아무리 처음엔 불같이 뜨겁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식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한지 22개월이 넘어가는 지금, 집권 여당에 대한 청년들의 지지율을 보면 식다 못해 조만간 이별이 예정된 연인 관계처럼 보인다. 한때 60%에 육박하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32%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수석대변인이 지지율 하락의 이유를 ‘10년간의 보수 정권의 반공 교육으로 인한 청년들의 보수화’라고 진단한 것은 안 그래도 차가운 청년과 민주당 사이를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 모든 관계에서 상대가 화난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은 이별 사유 1호다.

물론 지금 현 정부가 청년을 정책적으로 소외시키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와 성남시에서만 시행되던 청년수당의 전국 지자체로의 확대, 공공 일자리 확대 등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결하려고 어떤 정부보다도 청년 정책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이 집권여당에 실망한 것은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냐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들이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국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러나 여당의 수석대변인이 한 발언엔 청년들이 정치적 파트너나 동반자가 아닌, 마치 반공 교육을 받아 삐뚤어진 생각을 하는 계몽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 정권 여당의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이 청년들의 임금체납에 대한 질문에 ‘돈을 떼이는 것도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고 웃으며 답했던 것에 기성세대에 느끼던 정서적 괴리감을 진보 정당의 대변인에게 다시 한번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2년째를 향해가고 있고, 이제 청년층의 진보 정당을 향한 짝사랑은 끝났다. 집권 초기 왕성하게 나오던 옥시토신은 서서히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했다. 관계로 비유하면 권태기에 가까운 시기다. 즉 청년들을 기성세대로서 잘못을 지적하는 ‘조언’대신, ‘대화’와 동시에 동등한 정치 파트너로써의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년층은 영영 민주당과 이별을 할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옥시토신은 보통 18개월에서 최대 30개월까지 분비된다고 하니, 민주당에서는 청년들을 동등한 동반자의 위치에서 그들의 고충과 힘듦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청년들의 민주당을 향한 사랑의 호르몬이 멈출지도 모르니 말이다.

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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