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위해 달리는 오지 탐험가
꿈을 위해 달리는 오지 탐험가
  • 한예은
  • 승인 2019.03.05 23:24
  • 호수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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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마라토너 양유진(31)

 

Prologue
산이나 사막, 드넓은 대자연 속에서 6박 7일 동안 250km에 이르는 거리를 달리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15kg의 배낭을 메고 사막, 남극, 북극 그리고 에베레스트 등 극한의 환경에서 자급자족하며 결승점을 통과하는 스포츠 종목이 바로 ‘오지 마라톤’이다. 정신과 체력적으로 인간의 한계에 다다르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오지마라토너를 자처한 여성이 있다. 누군가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며 스포츠 기부를 통해 소외계층과 장애아동의 꿈을 지원하고 동기를 부여 해주고 싶다는 양유진(31)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누군가의 꿈을 위해 달리는 드림러너 양유진이다. 현재는 사회적 기업 ‘드림 임팩트’를 운영하면서 스포츠 기부 행사를 주관하는 등 다양한 기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스포츠 브랜드 트레일 러닝 전문가로 활동하며 홍보대사 일과 청소년 강의도 하고 있다.
 
▶ 체육학과를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오지마라톤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교 재학 중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자기소개서 속의 도전적인 나와 달리 진짜로 도전해본 것이 없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껴 스스로 떳떳해지고 싶었다. 이에 졸업 전 도전을 해보기 위해 250km 오지마라톤을 선택하게 됐다.
 
▶오지마라톤만의 매력이 있다면.
국내에 있을 때는 생활하는 데 어려운 점이 딱히 없는 환경이지만, 밖으로 내던져지니 스스로 이 환경을 극복해야 하고 포기하면 돌아갈 곳 없는 그 느낌이 좋았다. 일반 마라톤과 다른 점은 일주일가량을 혼자서 15kg 정도의 배낭을 메고 뛰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말 쉬운 환경이 아닌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극복하며 이겨내는 것에서 오는 매력이 있다.
 
▶ 지금까지 경기에 참여한 마라톤은 무엇이고, 완주한 총 거리는?
정말 많다. 대표적으로 해외는 세계 4대 극한 마라톤이라 일컫는 사하라사막, 고비사막, 아타카마사막과 북극 마라톤이고, 국내는 제주도 국제 트릴러닝 대회 등이 있다. 재작년까지 마라톤 누적 거리는 총 6천588km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마라톤 경기와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첫 도전이었던 사하라 사막 마라톤 때의 일이다. 처음이라 마음과 열정이 앞서 있었다. 완주가 목표이긴 했지만, 최선을 다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섭씨 45도 정도의 더운 환경에서 10km도 가지 못했는데 배낭이 너무 무겁고 힘들었다. 한국에서 같이 출전한 선수와 함께 의지하면서 완주한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140km 정도 지점에서 110km 남겨 놓고 무릎을 다쳐 더 뛸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겪었다. 동료 선수들이 진통제를 빌려줘 4시간에 1번씩 진통제를 먹으며 견뎌 끝내 완주할 수 있었다.
 

 

▶ 오지 마라톤이 정신과 체력적으로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다고 들었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계속 도전하는 이유가 있다면.
강연할 때 학생들에게 마지막에 꿈과 실패에 관해서 얘기하곤 한다. 사실 계속 실패 없이 성공만 하며 도전하는 것을 이뤘다면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 있다. 꿈의 시작은 실패라는 계단을 딛고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통해 꿈을 하나씩 이뤄간다고 생각하다 보니 실패가 두렵지 않게 됐다.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일을 나중으로 미루기보다는 도전하자는 신념을 갖고 있다.
 
▶ 마라톤을 도전하기 전과 후의 삶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뭔가를 저지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뭔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대한 고민을 상당히 많이 하는데, 해보지 않은 것보다는 결국 해보는 게 낫다. 마라톤 완주 경험이 쌓이자 이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현실에 안주해 있는 삶에서 꿈을 위해 달려가는 가치관이 생겨서 만족스럽다.
 
▶ 특히 마라톤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한 번도 목표를 성취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때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두려움 때문에 못 하는 사람이 많다. 짧은 마라톤 대회라도 완주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운동을 생활화하면 건강해질 수 있으므로 삶의 균형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 오지마라토너로서 새로운 목표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남극 마라톤을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스위스 마라톤, 유럽 마라톤, 에베레스트 마라톤 등 다양한 오지를 가보는 게 목표다.
 
▶ 도전과 열정 꿈을 정의한다면.
도전이라는 것은 가슴을 뛰게 하는 것. 열정은 실행력을 가져다주는 것. 꿈은 나의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꿈은 스포츠 자선 운동을 통해 많은 청소년과 사람에게 작은 기부라도 실천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은?
자존감이다. 오지마라토너라는 직업이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삶이기에 불확실성으로 인해 힘들 때가 많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자존감도 잃게 되는 것 같다. 자존감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고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사랑하고 도울 수 있다.
 
▶ 끝으로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변의 요구가 아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전공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며, 방황도 청춘의 하나의 특권이라 생각하고 그런 두려움들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 방황을 극복해 자신이 좋아하고 설레는 일을 찾아서 끝까지 해나갔으면 좋겠다.  

Epilogue
남들이 정해놓은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나아가고 있다는 그녀는 방황하는 그때를 찬란한 시기로 표현했다. 처음엔 오지마라톤을 자신의 성취감과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꿈을 찾아주고 돕기 위해 달리고 있다고 한다. 무릎에 물이 차고 발에 물집이 잡혀 걸을 수 없게 되더라도 기부 마라톤을 통해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꿈을 심어주는 일이 즐겁다는 그녀. 위험을 무릅쓰고서 도전을 하므로 실패하는 용기도 배우고 성취함으로 한 걸음씩 성장하는 것도 배울 수 있다. 편안한 삶에 안주하기보다는 위험요인을 통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보고 그 속에서 의미를 확장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
한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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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nnag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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