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계곡은 소리가 생명이다
몸이 날렵한 내가 난간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붕 날아서 건너듯이
무지개는 으랏차 기합을 넣으며
간단히 벼랑을 뛰어 건넜을 때
급히 좌회전하던 크낙새 한 마리가
달려오는 맞바람과 맞닥뜨려
크게 놀라며 가지 위로 불시착했다
크낙한 울음이 계곡 전반(全般)에 흐른다
이것은 계곡의 유행!
거룩한 공명(共鳴)을 이룩하는 양안(兩岸)의 깊이와
우묵한 거처에 웅성대는 물의 화음,
한 장 씩 뜯겨 나뭇가지에 나부끼는
숲의 잠언을 읽으며 계곡도서관
맨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디딤
디딤 내려오는 바람의 중얼거림,
대낮 하늘빛에 옷이 젖어 떨다가
이윽고 밤이 되었구나
고독에 쓱 밑줄 긋는 별똥별 아래
근엄한 사서가 서가를 걸어가듯
나는 아쿠아 슈즈를 신고 계곡을 종단한다
이것은 계곡의 유행이자
회귀의 사조(思潮),
나는 끝내 계곡을 집에 들이지 못했으나
沼처럼 둥근 방에 앉아
바닥에 막 갈앉는 나뭇잎인양
세속 곁에 바투 붙인 어깨를 흔들며
삽짝 바깥을 그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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