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각하, 혹시 “신독(愼獨)”이라꼬 아시는교?
화경대-각하, 혹시 “신독(愼獨)”이라꼬 아시는교?
  • 김행철
  • 승인 2004.03.11 00:20
  • 호수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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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혹시 “신독(愼獨)”이라꼬 아시는교?


불쌍한 민초 한놈 취직 몬해 갖꼬 배곯게 생긴거, 그거야 당근, 민초 그 놈의 무능이지 나랏님 잘못 절대로 아임미더예. 돈 못 갚아서 널부러진 신용불량자들, 그거 또한 생각없이 긁어제낀 그 녀석들의 절제없는 생활습관이 문젠거지 언감생심, 감히 나랏님 잘못이라 해서야 그 불충을 어디 용서 받을 길 있겠슴미꺼? 눈벼락, 봄의 문턱에서 졸지에 얻어터진 눈벼락 말씀입니더. 근 1만명 넘는 사람들이 폭설에 덮힌 고속도로에 엉켜서 밤새고, 눈더미에 깔려, 축사무너져, 지붕무너져, 피해가 4천억원이 넘게 났다는데,이거 역시 말하면 머 하겠심미꺼? 졸지에 눈 더미 쏟아부은 하늘의 무심함이지 어떻게 나랏님의 잘못이라 할 수 있겠슴미꺼?
존경하는 각하. 대통령되셔서 나라 한번 다스려 보니 어떠심미꺼? 세상 참 우스운기지예 각하? 맞심미더 각하. 아무리 세상이 우떻다 저떻다 캐도, 세상은 실력있고 능력있는 분들의 것임미더. 힘없고, 실력없는 것들은, 그래서 돈도 못버는 것들은, 말할 자격도 없는겁미더예. 쓰잘데기 없는 소리 절대로 용서하면 안되는 검미더. 맞지예 각하?
각하. 혹시 “신독(愼獨)”이라꼬 아시는교?
제가 옛날에 각하를 처음 알게 되었던 때 말임미더. 국회에서 청문횐가 뭔가 하면서 말하는거 가만히 들어봉께네 ‘힘있고 실력있는 놈들 너그들이 바로 나라 말아묵는 놈들이라꼬’ 준엄하게 꾸짖더마는예. 참 멋져 보입디더. 속이 다 시원했던기거든예. 나중에 봤는데, 각하께서는 항상 힘없는 사람 편이더마는예. 아마도 각하 당신께서도 그리 별시리 힘있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심미더. 대통령후보경선, 그때 시작할 때만 해도 6명중에 아마도 꽁등 비슷하게 출발했다는거 국민들이 다 안다 아입미꺼? 그때...뭐...저는 그 당 당원은 아니었심미다마는, 참 속으로 응원 많이 했심미더. 1등 하시던데, 참말로 멋있게 1등하시더마는예.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떨어졌다꼬 헤까닥 뒤비져 가지고 딴나라당으로 도망가던 그 이모후보....참...비교 되더마는예.

저는, 그리 믿고 있었심미더. 각하는 힘없는 사람 편이었고, 힘없는 사람들이 조금은 힘내고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나라 만들끼다꼬 믿었었심미더. 각하도 각하였지마는, 각하 주변의 사람들이 더 믿음이 가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미더. 그들이 누굽미꺼? 저 군부독재의 총칼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직 자유와 민주와 평등과 평화를 위해 싸웠던 그 사람들 아임미꺼. 그래서 그랬는지 각하 당선되시던 그날 울매나 좋던지...하오나 각하. 지금, 솔직히 말해서 너무 실망시럽심미더. 각하는 일기 쓰심미꺼? 저는 이제 겨우 열 살 묵는 외아들 한놈이 있는데, 이놈 태어 났을때부터 일기를 썼심미다. 아들놈하고 이야기 나눈 것은 반드시 일기장에 적어놓고, 되풀이 읽어보곤 합미더. 와 그라는고 하면 아들놈한테 햇소리 나불기리는 책임없는 애비 되기 싫어서 그람미더. 각하도 일기 쓰심미꺼? 그렇다면, 써 놓지만 말고, 한번씩 되새김질하듯이 좀 읽어보고 그라이소. 그래야 말에 책임이 져 질꺼 아임미꺼. 각하. 혹시 “신독(愼獨)”이라꼬 아시는교? 가만히 생각한번 해 보시이소예. 아무도 안볼때, 각하 혼자 있을 때, 그때도 각하는 하늘을 우러러 당당하신지, 지금도 없는놈들 편인지 말임미더. 나랏님이 신독(愼獨)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괴로운거, 당해봐서 잘 아실것이 때문에 드리는 말씀임미더. 신독(愼獨) 하이소예 각하!
김행철 동문<(주)케이써치코리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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