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회 대학문화상 소설 부문 심사평
제 42회 대학문화상 소설 부문 심사평
  • 단대신문
  • 승인 2019.03.06 22:00
  • 호수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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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잡기의 중요성

대상 : 정가온, 「사막의 바다」(소설)
가작 : 서근용, 「반달」(소설)
심사위원 : 박덕규(소설가, 문예창작과 교수), 최수웅(스토리텔러, 문예창작과 부교수)

 

최근 한국의 서사예술은 양극화되고 있다. 서사에 집중하는 추세가 한 축을 이룬다면, 묘사에 치중하는 경향이 또 다른 한 축을 이룬다. 사실 둘은 상충하는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보완하며 이야기를 구성한다. 서사가 약하면 이야기의 뼈대가 서지 않고, 묘사가 부족하면 외양이 구현되지 못한다. 그러니 균형을 잡으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정석이다.


심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이러한 균형감각이다. 응모작 중 상당수는 무작정 서사를 진행하기에 급급했고, 적지 않은 작품이 맥락 없는 묘사를 늘어놓아 논점을 흐렸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만드는 기초훈련이 부족한 까닭이다.


그나마 균형을 유지했던 작품은 다음의 네 편이었다. 『이글루! 나의 부처님』은 개성 있는 문장이 돋보였지만 리얼리티가 빈약했다. 물론 모든 작품이 현실을 재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작품의 내적인 리얼리티를 갖춰야 한다.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 나름의 이유와 맥락을 제시하지 못하면, 이야기는 허망해지고 만다.


평론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황정은의 단편소설에 대한 논리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전체적으로 크게 어긋나는 부분은 없으나, 기존 논의들과 변별되는 부분도 적었다. 평론 역시 엄연한 창작인만큼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반달』은 소재를 선정하는 안목이 강점이다. 탈북자와 청년이 함께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다만 탈북자의 사연이 피상적이고, 갈등을 안이하게 마무리해버린 점이 아쉽다. 손쉽게 해결을 도모하기보다 그 무게를 견디고자 노력할 때, 작가의 인식이 더욱 깊어지리라 믿는다.


마지막 작품 『사막의 바다』는 상징의 구성과 활용이 인상적이다. 비정규직의 각박한 삶을 사막에서 바다 찾는 과정으로 치환시킨 점은 타당하고 탁월하다. 하지만 중반 이후 묘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균형이 흐트러졌다. 서사는 늘어지고, 특별할 것 없는 서술이 과도하게 이어졌다. 끝까지 작품을 장악하는 힘이 부족하다.


이처럼 모든 작품이 명확한 한계를 가지지만, 성장 가능성을 믿고 대상과 가작을 선발했다. 성장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초를 단단히 다져 정석을 익히고서 다시 그를 깨뜨리는 작업을 부단히 반복하며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내야 한다. 작은 성취와 좌절에 연연하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기를 권한다.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훈련의 과정이 끝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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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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