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유튜버 알파세대와 그들의 미래
슈퍼 유튜버 알파세대와 그들의 미래
  • 박재항 마케팅 컨설턴트
  • 승인 2019.03.13 00:51
  • 호수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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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시리(Siri), 유튜브와 함께 자란 ‘알파세대’

알파(α)는 그리스 알파벳의 첫 번째에 오는 문자이다. 참고로 그 다음은 베타(ß)이고 마지막은 오메가(Ω)이다. 그래서 ‘알파와 오메가’라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란 뜻이 된다. 대략 90년대 후반부터 2010년 이전 출생한 Z세대의 뒤에도 세대는 당연히 이어진다. 영어로 대표되는 로마식 알파벳을 Z까지 소진해버리면 그리스 알파벳으로 넘어가는 것도 자주 쓰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허리케인이라고 하는 대서양의 태풍 이름으로 2005년에 알파와 베타가 연달아 쓰였다.


알파세대와 Z세대를 나누는 기준으로 보통 2010년을 얘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연구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세 가지를 꼽는다. 2010년에 선을 뵌 아이패드와 인스타그램, 그리고 다음 해인 2011년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시리(Siri)이다. 하드웨어 기기, 정보 소통 채널, 도구와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이전 세대와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게 된다.


아이패드가 나온 직후에 유명해진 GIF이미지가 있다. 생후 두 돌이나 되었을까 싶은 아기가 그림책의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손가락 끝으로 종이를 계속 미는 모습이었다. 아날로그 그림책보다 디지털 기기의 화면과 터치를 통한 조작을 먼저 익힌 세대이다. 텍스트가 아닌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그림과 동영상으로 정보를 얻고 소통하는 것이 실제 얼굴을 보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보다 자연스럽다. 그런 조작과 소통에 시리와 같은 음성인식을 사용하는 것도 걸음마나 기저귀 떼기와 같은 과정이었다. 인공지능 스피커로 가장 많이 재생된 음악이 동요라고 한다. 알파세대는 기기나 화면과 태어나면서부터 오감으로 소통한 세대이다.

▲ 알파 세대는 IT기기와 온라인 콘텐츠에 누구보다 가깝게 자라왔다 (출처 : Unsplash)
▲ 알파 세대는 IT기기와 온라인 콘텐츠에 누구보다 가깝게 자라왔다 (출처 : Unsplash)

이들은 단순 소통에만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내며 이전 세대의 어린 시절과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 중심이 된 게 바로 유튜브다. 아주 옛날로 가면 비디오테이프나 DVD를 틀어주던 것에서 유튜브로 어린이용 콘텐츠를 부모가 보여주는 식으로 나아갔다가, 직접 보고 싶은 것들을 찾아서 보던 것을 지나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단계로 이미 진입했다. 유튜브에서도 2017년 5월에 유튜브키즈 앱을 열었고, 2018년 2월에는 기존에 하던 팬페스트 페스티벌을 세분화하여 어린이들만을 위한 ‘코리아 키즈 페스티벌’이란 대규모 행사까지 펼쳤다. 첫해는 어린이용 콘텐츠 기업들과 성인 유튜버들이 주로 참여했으나 앞으로는 알파세대 크리에이터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다.


작년 전 세계 유튜버 중 수입 1위는 장난감 언박싱을 전문으로 하는 ‘Ryan Toys Review’를 운영하는 8살의 라이언으로 한국 돈으로 250억 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한국에서도 대기업 임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고 겸손하게(?) 얘기하는 알파세대 유튜버들이 있다. 알파세대의 유튜브를 기본으로 하여 부모의 유튜브 계정이 파생기업처럼 나오는 경우도 보인다. 물론 이런 알파세대의 파워 유튜버들이나 콘텐츠로 직장인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알파세대는 극소수이다. 대박 수입의 꿈을 꾸면서, 그에 초점을 맞춰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고 배포하는 알파세대는 더욱 소수이다.


기본적으로 이들에게 디지털 콘텐츠와 콘텐츠를 만들고 전달하는 기기들은 자기표현이자 소통의 절대적인 도구이다. 때로는 어린 나이에 거액의 수입을 안겨 준다. 그 과정에서 두 가지 걱정스러운 점이 나타난다. 첫째는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이 급격히 줄고 있다. 인간적 접촉이 전제되지 않으면 디지털에서의 관계도 만들어질 수 없다. 결국 모든 관계의 거의 절멸 수준으로 귀결되어버릴 수 있다. 둘째로 분위기에 휩쓸려 스스로 대박의 꿈을 어린 시절부터 꾸면서, 돈만을 따지는 아주 제한적인 호모이코노미쿠스로 자라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자.

 

박재항 마케팅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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