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라우라 에스키벨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문학 - 라우라 에스키벨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 이다현
  • 승인 2019.03.13 18:59
  • 호수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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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을 일으키는 초콜릿, 사랑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저     자     라우라 에스키벨책이름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출판사     민음사출판일     2004.10.20페이지     p.268
저 자 라우라 에스키벨
책이름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04.10.20
페이지 p.268

“열정적인 멕시코 요리에 녹아든 마법 같은 감정을 맛보고 싶다면 읽기 좋은 책”

언제부터인지 요리, 음식이 우리의 일상을 장악하고 방송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는 많은 사람이 요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인데, 소설『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만족과 안정을 넘어서 요리를 감정 전달의 매개로 삼으며 더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이 소설의 원제목이 아니다. 원제목인 ‘Como agua para chocolate’은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를 일컫는 말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심리 상태나, 상황을 의미한다. 제목처럼 이 소설은 22년에 걸친 사랑 이야기에 멕시코 요리법을 절묘하게 버무렸다. 1월의 크리스마스 파이, 2월의 차벨라 웨딩 케이크, 3월의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 등, 열두 달과 그에 맞는 요리법이 각 장을 장식한다.

‘양파는 아주 곱게 다진다’는 주문 같은 레시피로 시작되는 본 소설의 주인공 티타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페드로를 만나게 되는데, 그때의 상황은 이렇게 묘사된다.

“고개를 돌리자 페드로와 눈길이 마주쳤다. 그 순간 티타는 팔팔 끓는 기름에 도넛 반죽을 집어넣었을 때의 느낌이 이런 것이겠구나 생각했다” (p.72)

둘은 빠르게 사랑에 빠졌지만 ‘막내딸만은 죽을 때까지 미혼인 채로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집안의 전통 때문에 페드로는 티타의 맏언니와 결혼한다. 하지만 현실과의 타협은 해답이 될 수 없음을 말해주듯 ‘전통’에 대한 순응을 기점으로 그들의 불행은 시작된다.

페드로가 결혼하는 날, 티타는 눈물이 담긴 사랑의 웨딩 케이크를 만든다. 그 케이크를 먹은 사람들은 슬픔에 감염돼 마법 같은 그리움의 증세를 보인다. 그렇게 티타의 요리는 슬픈 사랑 이야기와 함께 주술적인 판타지로 펼쳐진다. 그 후 티타는 애틋한 사랑을 요리로 표현해낸다.

남미 문학의 열정적이고 발산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는 본 소설 속에서 티타는 억누를 수 없는 욕구인 식욕과 사랑을 끝없이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티타의 요리를 더는 단편적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그녀의 요리는 입체적이고 인상적이며 지독하게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여러 감정과 관능을 내포한 요리는 강압적인 삶에서 벗어나 평등과 자유를 갈망한다.

언니의 죽음으로 그들의 사랑은 결국 이뤄지지만, 행복도 잠시, 페드로가 세상을 떠난다. 티타는 그를 그리워하며 사랑의 절정에 대한 말을 떠올린다. “우리 몸 안에 있던 성냥들이 한꺼번에 타오르면 강렬한 광채가 일면서 평소 볼 수 없었던 그 이상이 보일 겁니다.” 티타는 성냥을 삼키며 그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씹고 있던 성냥과 추억이 부딪히자 불이 붙고 조금씩 밝아진 시야에 페드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달려간다.

뜨겁게 몰입하고 부지런히 저어주고 마음을 다해 조려야 달콤 쌉싸름한 맛을 내는 초콜릿과 같은 것, 그것이 사랑이다.

이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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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codm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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