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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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다현
  • 승인 2019.03.13 18:59
  • 호수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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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탑을 쌓듯이 견고하게 세우는 계획
▲ 피테르 브뤼헐, 바벨탑, 1564
▲ 피테르 브뤼헐, 바벨탑, 1564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65만 명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고3이 되면 시험 준비를 했지만, 요즘에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본격적인 대입 수험 모드로 돌입합니다. 취업 시험도 마찬가지겠지요. 대학 입학하면서부터 조금씩 준비한다고 생각하면 준비 기간만 4년입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역시 평균적으로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시험을 준비합니다.

실제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 본다는 ‘법률저널’이라는 사이트에서 공무원시험 준비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 조사를 보니, ‘수험 기간 1년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55%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웬만한 시험은 곧 1년 이상의 장기전이라 얘기할 수 있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계획입니다. 장기전일수록 시험 준비 계획, 공부 계획을 전략적으로 잘 세워야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너무 빡빡하게 세워도, 너무 느슨하게 세워도 안되는 것이 바로 공부 계획일 것입니다. 계획을 세우는 목적은 시험 날까지 차근차근 일정하게 공부를 하려는 것이니까요. 피테르 브뤼헐의 <바벨탑>이라는 그림은 이렇듯 계획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무언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운 계획에 대해 할 수 있다는 의지로 충만해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러기가 쉽진 않습니다. 현재에 대한 회의나 앞날에 대한 불안이 엄습할 때도 있고, 마음이 약해지면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도 타격을 받곤 하지요. “의지가 점점 약해져요.”라며 상담을 하러 오시는 분들을 보면,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일을 해도 중간에 잘 그만두는 사람, 어떤 일을 시작하면 흐지부지되기 쉬운 사람들이 이 그림을 좋아합니다. 특히 의지가 약한 청소년들이 이 그림을 좋아하지요. 그런 사람들은 한마디로 ‘탑을 제대로, 끝까지 못 쌓는 사람들’입니다. 본인들의 그러한 점을 잘 알아서 그런지, 이렇게 위로 올라가는 탑 그림에 몰두하곤 합니다. ‘나도 열심히 탑을 쌓아 올려야지.’라는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그림이거든요.

이 그림을 보여주고 상담을 할 때, 저는 특히 내용적인 부분을 많이 얘기하곤 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탑은 보통 탑이 아닙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바벨탑이에요.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의 오만함에 분노한 신이 본래 하나였던 인간의 언어를 여러 개로 분리시키며 저주를 내렸다는, 그 바벨탑입니다.

이 그림을 고른 사람들은 실생활에서 잘 쌓지 못하는 계획이라는 탑을 그림에서나마 튼실하고 높게 쌓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요.

자신만의 탑을 쌓고자 하는 의지는 바람직하게 생각합니다만, 오로지 위만 쳐다보며 탑을 올리다가는 무너지기 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겸손한 마음으로 견고하게, 천천히 쌓아야 한다고 저는 꼭 강조하여 얘기합니다.

차분히 계획을 세우고 싶다면, 바벨탑의 그림을 감상하며 그 안에 담긴 의미도 곱씹어보세요. 그림처럼 한 층 한 층 쌓아가되, 무너지지 않도록 내 마음을 다지면서 실행해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림에서는 탑이 채 완성되지 못한 장면에서 멈춰 있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탑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그 믿음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김선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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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codm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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