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고 출판하다
세상을 읽고 출판하다
  • 손나은 기자
  • 승인 2019.03.13 18:59
  • 호수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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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평론가 한기호(60) 씨

 

Prologue

우리 사회에서 출판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제 책 제작은 집단적이고 공식적인 일이 아니다. 개인이 스스로 책을 내기도 하고, 저렴한 요금으로 인터넷에서 E-book을 발행할 수도 있다.

아날로그 시대부터 디지털 시대까지 책과 함께해온 출판평론가 한기호(60) 씨. 그는 평생을 책과 함께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같은 인기도서 마케팅부터 조선일보 등 신문사 칼럼 연재까지.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직접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를 지난달 18일 서교동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독서 운동과 출판 운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공식적으로는 출판 평론가로 적혀있다. 2010년 3월, 『학교도서관 저널』을 창간했다. 개인출판은 아니고, 관심을 주는 여러 사람의 지원 덕분에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 중인 잡지다. 또한 『기획 회의』라는 출판 전문지를 20년 동안 발행 중이다. 일간지에 꾸준히 비평을 투고 중이기도 하다.

▶ 출판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있다면.

처음에는 교사를 희망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 당시 반정부 활동으로 감옥에 들어갔다가 나오니 교사로 취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청주에 온누리 출판사를 세워 출판 일을 시작했다. 가장 좋아하는 시인인 신동엽 시인에 관한 책을 시작으로 다양한 책을 출판했다. 이후 창비에서 영업자로 15년 동안 활동했다. 창비를 나오고, 한국출판 마케팅연구소를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 출판인으로 활동하는 데 있어 세운 규범이 있는가.

한 권의 좋은 책은 하나의 학교 역할을 한다. 발행 중인 『기획 회의』또한 좋은 학교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만든 잡지다. 책이라는 문화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 때문이다. 내면의 의식화를 돕기 때문에 꼭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가르침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칼럼이나 비평도 쓴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상의 변화, 경향을 읽고 쓰는 것이 내 글의 중심이다. 평론을 시작할 때,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단경기라고들 말하는 시기다. 새로운 시대를 예측하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런 글을 쓰려면 삼분법적 사고, 직선적 사고에서 벗어나 유목민적 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문학 전문지는 많지만, 출판전문지는 유일한 것 같다. 『기획 회의』의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

좋은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이 정보를 얻을 방법이 많이 없었다. 저자, 편집자의 이야기인 ‘사람’. 책의 이야기인 ‘사물’. 그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방법론인 ‘사건’. 이 세 가지는 편집자나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정보였다. 그래서 전문가들을 모아 위 요소를 담은 『기획 회의』를 발간했다. 이 전문지를 통해 자신만의 출간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돕고 싶다.

▶ 업계에 종사하며 겪은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

모든 삶은 혼자 살 수 없고, 서로 간의 관계로 맺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삶을 함께했던, 지금은 세상에 없는 동지들과 내가 가진 사회적인 책임을 생각하면 금전 등의 현실적 괴리를 느끼더라도 하고 있던 업무들에 책임감을 느끼고 수행하게 된다. 그래서 자본이 따르는 길이 있어도 가지 못했다. 이렇게 공공성을 중시하는 회사 분위기로 인해 떠나는 직원이 있을 때 힘들었다.

▶ 최근 청년층에 흥행하는 판타지, SF 등의 장르 소설에도 관심이 많다. 새로운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팁이 있다면.

내가 모든 장르를 이해한 것은 아니다. 이 모든 기획은 직원들에게 스스로 기획하도록 주도권을 준 결과다. 나 자신보다 지금 청년인 직원들이 현재 상황을 잘 알 것으로 생각했다. 펀딩이란 시스템도 전혀 몰랐지만, 직원들의 제안 하에 이뤄져 우리 회사에 좋은 열풍을 불어왔다. 어떤 프로젝트는 5,000%가 넘기도 했다. 이처럼 새로운 방향성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전 시각에서 발전해 상상력을 펼치고 다양한 의견을 간섭 없이 접수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 36년간 읽고 쓰는 삶을 살며 다독가이자 다작가가 됐다.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은 무엇인가.

시로는 신동엽 시인의 시를 꼽고 싶다. 정말 힘들 때 심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 도서로는 옛날 대학 시절 읽은 책 중 『페다고지: 피억압자들의 교육학』,『학교는 죽었다』를 선정하겠다. 약 40년 전, 80년도 당시 대학을 다니며 읽고 삶에 영향을 준 책들이다. 위 도서들을 읽으며 우리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나는 원래 ‘베스트셀러 제조기’라는 말을 들으며 책을 많이 팔았다. 많이 팔기 위한 책이 다 나쁜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이 팔리는 책보다 좀 더 가르침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 또한 독서 모델 학교를 세우고 싶다. 30만 권 정도의 책으로 이뤄진 곳에서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싶다.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히고 토론을 도우며 자신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는 무엇인가.

읽을 책. 어린 시절 집안이 가난한 편이었다.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어 동네 아무 집이나 방문해 글자란 글자는 모두 읽었다. 초등학교 때는 갱지로 된 삼국지를 반복해서 읽었다. 중학교 때는 거주지였던 평택에서 미군들이 버린 잡지를 모아 찾아봤다. 이렇게 자라니 인생에서 도저히 책을 제할 수가 없을 것 같다.

▶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한다.

책을 읽어라. 일주일에 한 권이라도 좋다. 가장 잘할 수 있고 평생 하고 싶은 분야의 책을 100권만 읽어보기 바란다. 모든 일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에 고전을 읽는 것도 추천한다. 도서를 제대로 읽은 사람은 세상에 대해 두려움이 없다. 혼자 읽기 힘에 부치면 주변 친구들과 함께 읽기를 바란다. 자신의 꿈도 모른 채 남들이 쫓는 주류만 따르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스스로 즐기는 길을 찾길 바란다.

Epilogue

인터뷰가 이뤄진 사무실 벽면은 책으로 꽉 찬 서랍이 가득했다. 어딜 봐도 책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이 많은 도서 중 과반수가 그의 손을 스쳐 간 도서였다. 도서의 향연에 놀란 기자에게 그는 “이 정도면 많지도 않다”며 웃었다.

그의 인생에서 출판과 도서는 제외할 수 없을 만큼 꼭 붙어 있는 인생의 한 부분이다. 그는 작가보다 많이 주목받지 못하고, 표지보다 잘 보이지 않지만, 뒤에서 묵묵히 일하며 책을 기획해왔다. 쉼 없이 달려온 그의 한평생은 우리에게 다양한 책으로 전해졌다. 이제 그는 젊고 어린 이들의 꿈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다짐을 지키고자 한다. 우리는 그런 그의 노력이 무색하지 않게 청춘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손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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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onn20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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