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릴 것. 그리고 희망을 가질 것
기다릴 것. 그리고 희망을 가질 것
  • 송정림 작가
  • 승인 2019.03.20 00:04
  • 호수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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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인간의 죄는 어디서 오는지, 그리고 그 죄는 얼마나 다른 사람의 인생을 불행에 빠뜨리는지, 그 후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죄와 희망에 대해 깊은 사유를 던져주는 소설이 있다.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그의 작품 중에서도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설이다. 음모에 휘말린 한 청년의 사랑과 배신, 모험, 복수를 그리고 있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뒤마가 ‘프랑수아 피코’라는, 실재 인물에 관한 기사를 읽고 파리 경찰 기록보관소를 뒤진 끝에 쓰게 됐다고 한다.

 

인간의 본질은 죄를 싫어한다. 그러나 문명은 우리에게 욕망을 갖게 하고 우리의 선량한 본질을 깔아뭉개고 우리를 나쁜 쪽으로 인도한다는 주제로 시작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1등 항해사 단테스다. 그는 순수하고 남을 의심할 줄 모르고 다정다감한 청년이었다. 선장이 죽자 단테스는 약관 19세의 나이에 후계자가 된다. 이 배의 회계사는 맹렬한 질투심에 빠져 단테스를 모함한다. 사랑하는 메르세데스와 결혼하는 날, 단테스의 결혼피로연 파티가 열린다. 가장 행복해야 할 그때 그곳에서 단테스는 영문도 모른 채 체포된다. 거기다 검사 대리인의 음모가 더해져 마르세유 앞바다의 고독한 섬 이프의 감옥에 갇힌다.


단테스는 감옥에서 파리아 신부라는 노인과 만난다. 복수심을 불태우며 파리아 신부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 단테스. 그는 엄청난 보물이 묻혀 있는 보물섬 지도를 받게 된다. 파리아 신부가 죽고 난 후 단테스는, 신부의 시체가 들어 있는 주머니에 대신 들어가 지옥의 섬에서 탈출한다. 단테스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이름을 바꾼다. 그리고 파리아 신부에게서 배운 기술로 여러 인물로 변장하며 복수를 시작한다. 모든 복수가 끝난 후,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아니 단테스는, 전 재산을 파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라는 편지를 남긴다. 그리고 “기다리라, 그리고 희망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끝으로 사라진다.

 

▲ 영화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한 장면
▲ 영화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한 장면

 

주름진 이마, 가슴 밑바닥까지 드러나는 이글거리는 눈빛, 차가운 표정, 완벽한 매너와 교양을 갖춘 몬테크리스토 백작. 다정다감하고 순수했던 지난날을 도둑맞은 채 엄청난 증오와 고뇌로 살아갔던 그는, 복수를 끝내고 난 후 과연 행복했을까? 아니다. 그저 허탈한 상처 입은 가슴으로 멀리 떠나갈 뿐이었다. 이 비극은 모두, 문명이 전해준 인간의 죄 때문이었다. 문명이 안겨준 인간의 욕망과 욕구는 죄를 낳기 쉽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선함에서 거리가 멀어졌는지 확인이 가능하지 않다. 다른 사람 모습은 잘 보이는데 스스로 자기 모습을 보기는 불가능하다. 자신보다 남을 더 잘 파악하게끔 만들어진 게 바로 우리다.

 

아주 오래전 원시인들이 동굴에 사냥하는 그림을 그려놓은 벽화를 봐도 그렇다. 들소나 멧돼지 같은 사냥감들은 크고 생생하게 그려 놨는데, 막상 사냥하는 자신들의 모습은 아주 작게 윤곽만 그렸다. 자신보다 사냥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문명의 현대로 오면 올수록 ‘나를 잘 파악하는 일’이 철학과 과학의 기본이 되었다. 나 자신을 알려고 많은 방황과 노력들을 한다. 우리는 그렇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영원히 서 있는 존재들이다.


거리에 신호등과 제한 속도가 있는 것처럼 인생에도 신호등이 필요하다. 중간중간 속도를 줄이고, 멈춰 서서 나를 돌아봐야 한다. 마음을 수시로 방문해야 한다. 내면에 등불을 비추고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문명 속에서 나는 과연 얼마만큼 악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순수함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선함을 추구하는 일, 순수와 가까워지는 일, 그것이 인생 학교 학생인 우리가 꼭 해야 할,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숙제다.

 

 

송정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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