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취업 활성화
고졸 취업 활성화
  • 최은지 기자
  • 승인 2019.03.19 14:55
  • 호수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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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43. 고졸 취업 활성화, 서로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 [View 1] 대학 졸업 후,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

요즘 취업 시장은 그야말로 발 디딜 곳 하나 없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인문대 학생은 졸업해도 취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취업난은 비단 인문대 학생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취준생들은 연휴도 반납하고 열심히 공부해보지만, 날이 갈수록 취업난은 악화되고 있다. 이에 비교적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9급 공채 선발시험 원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올해 평균 경쟁률은 39.2대 1을 기록했다. 작년보다 소폭 하락한 수치이지만 선발 인원이 작년보다 늘어났고 같은 날 소방공무원 시험이 진행돼 응시 인원이 분산된 것을 감안하면 공무원 시험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진 셈이다.


안 그래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지난 1월, 교육부가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학생이라고 취업이 잘 되는 것도 아니고 다 같이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인데 이렇게 특정 집단만을 위한 정책이 시행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9급 공무원의 정원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직종이 다른 별개의 채용이라 하더라도 9급 공무원의 전체 선발 인원을 늘리지 않는 이상 결국에는 경쟁률만 더 높아질 뿐이다. 진짜 고졸을 위한 정책이라면 일반계고 졸업자도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미 공무원 시험은 학력 제한도 없고, 고졸자를 위해 선택과목의 폭도 넓어졌다.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에 초점을 맞추려는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은 정부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만 추구하는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 [View 2] 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취업 준비생


나는 취업을 목적으로 직업계 고등학교에 갔다. 직업계 고등학교에서는 현장실습과 체험 위주의 교육으로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창시절 갈고닦은 실력을 기업에서 인정받아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대기업 입사가 확정된다는 것은 다 옛말이다. 현재 노동시장의 구조가 대학 졸업자, 특히 명문대학교 졸업자를 우대하고 있어 고졸자들의 취업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작년 울산지역 직업계 고등학교의 취업률은 25.6%로 지난 2016년 이후 2년여 만에 반으로 감소됐다. 지난 2017년 현장실습이 폐지된 것도 취업률 감소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대학 졸업생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대학 교육이 보편화되면서 나와 같은 고졸자들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또한 최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직업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이에 영국, 일본, 중국, 독일 등 주요국들은 직업교육 혁신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날이 갈수록 직업교육이 외면받고 있다. 1990년대 중반 40%를 웃돌던 직업계고 학생의 비율은 작년 17.5%로 떨어졌고 많은 학교가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는 현장실습 개선안이 빠져서 아쉽지만 직업교육의 활성화와 고졸 취업률 상승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 교육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 [Report]


지난 1월, 교육부는 국가직 공무원 채용에서 직업계고, 전문대생을 뽑는 지역인재 9급 채용 전형의 비중을 전년도 7.1%에서 오는 2022년 20%까지 늘린다고 밝혔다. 지방직 공무원 채용의 경우 직업계고 경력경쟁 임용의 비중도 전년도 20%에서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방직 공무원 직업계고 경력경쟁 임용은 학력·경력 제한이 없는 9급 공개경쟁 임용과 별도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기술계고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학교장 추천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다.


정부가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얻고자 하는 기대효과는 입시 위주 교육과 학벌주의 타파, 취업률 상승 등이다. 대학 졸업만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실제 생활의 변화가 고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일부에게만 한정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취업 포털 ‘잡코리아’에서 최근 국내 4년제 대학교 졸업 예정자 1천1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규직에 취업했다”는 응답자는 전체 중 단 11%에 불과했다. 올해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졸업 전 정규직 취업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넘쳐나는 현실이다.


고졸에 대한 인식 개선과 고졸 취업률 상승을 위해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식 개선과 취업률 상승은 노력을 한다 해도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청년들이 취업 때문에 힘들어하는 상황 속에서 정부는 보다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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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ken_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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