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건 절대 없어!
당연한 건 절대 없어!
  • 이종민(국제경영·4)
  • 승인 2019.03.20 20:37
  • 호수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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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학기 교환학생의 끝자락, 나는 인생의 버킷리스트였던 남미 여행을 떠나게 됐다. 그중 내가 꼭 정복해보고 싶었던 미지의 사회주의 국가 ‘쿠바'. 나는 일주일을 쿠바에서 보내게 됐다.

인터넷이 되는 곳도 거의 없고, 영어 또한 통하지 않는 쿠바.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쿠바에 입성한 날부터 허리케인의 영향을 받게 됐다. 미국에서 우산까지 잃어버린 데다 공산품이 귀한 쿠바에서는 우산을 구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비를 쫄딱 맞으며 쿠바의 거리를 배회해야 했다. 아무도 없는 말레콘 거리를 걷다 운 좋게 미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 함께 하바나의 고즈넉함을 즐길 수 있었지만,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허리케인이 상륙한 쿠바의 수도 하바나를 떠나 나는 카리브해를 즐기기 위해 히론이라는 작은 도시로 떠났다. 하지만 히론의 도착에서부터 내 기대는 산산이 부서질 수밖에 없었다. 쏟아지는 폭우에 버스 짐칸에 넣어뒀던 가방은 온통 젖어 있었고, 나 이외의 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간신히 정류장 근처에 숙소를 잡았지만, 집주인 노부부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그곳, 스페인어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나는 숙소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음날 다른 도시로 떠나고자 했지만, 비 때문에 도로가 잠겨 버스까지 끊겨있는 상황. 사상 최대의 폭우가 쏟아진 턱에 나는 정해진 날짜에 쿠바를 떠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환전해두었던 돈은 떨어져 가고 물조차도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없는 상황. 너무나 커진 불안함과 우울함에 나는 집어 삼켜지고 있었다. 발신도 되지 않는 메신저에 가족들에게 현재 나의 상황과 감정을 남기니 울컥하는 감정은 더욱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내게 남은 예산으로 먹을 수 있는 끼니는 하루에 단 한 끼. 그나마도 나처럼 비를 피해 처마 끝에 피신한 파리들을 쫓으며 먹을 수 있는 한 끼가 전부였다. 그리웠다. 내가 편히 자던 잠자리, 엄마의 밥상. 내가 너무나 당연스럽게 누려왔던 일상들이 그리웠다.

일주일 내내 내린 폭우 속에 내 안에 있던 오만함도 씻겨 내려간 걸까? 내 안에 자라나기 시작한 일상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그 감사함이라는 선물을 얻고 나는 무사히 쿠바를 벗어나 50일간의 남미 여행을 마치고 당연하지 않은 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가 누리는 이 당연한 일상. 하지만 당연한 건 절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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