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통합 커뮤니케이터
열정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통합 커뮤니케이터
  • 최은지 기자
  • 승인 2019.04.03 00:27
  • 호수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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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의통역사 조주연(37) 씨

Prologue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가 도래하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것은 무엇일까. 바로 언어의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해외여행에서는 바디랭귀지로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은 가능하겠지만 요즘 우리는 일반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시사회나 세미나부터 국제회의까지 외국어로 진행되는 전문적인 내용 또한 필요로 한다. 이런 행사에서 매번 다양한 분야의 통역을 준비하며,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조주연(37) 씨. 국제회의부터 F1, 각종 과학 콘퍼런스 그리고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까지 다양한 곳을 무대로 활약하는 그녀를 반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국제회의통역사 겸 영어 MC와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주연이다.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한다.

본업은 국제회의통역사이다. 일반적인 가이드라든지, 회의상황에서

 


통역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제회의에서 전문적으로 통역하는 사람을 유엔에서 따로 국제회의통역사라고 규정을 지어 분류한다.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 방송인으로서 EBS 라디오와 TBS 교통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영어 MC나 한국어 MC 등 진행자로도 일하고 있다.

 


▶ 처음에는 회사에 다녔다고 들었는데 그만두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교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수학이나 과학을 좋아해 통계나 재무 관련 일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람과는 달리 한국에서 어떤 회사를 가던 경영 관련 업무보다 통·번역 업무를 더 많이 맡게 됐다. 그때 어디를 가든 통·번역 업무를 하게 될 거라면 아예 전문적으로 통역을 배우는 게 좋겠다고 느꼈다. 경영학과의 지식을 가지고 통역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 두 가지를 결합할 수 있다면 더 훌륭한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통역사의 길을 걷게 됐다.

 


▶ 통역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상대방에게 의미 전달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하는 것이다. 나라마다 문화권이 다르기 때문에 화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전달하는 것에서 정확도가 비롯된다. 한국 사람이 하는 말에 숨겨진 의미도 많아서 그 의중을 파악해서 전달해야 한다.

 


▶ 영어 MC나 리포터도 하는데 통역 일을 주로 하는 이유가 있다면.

요즘엔 통역과 MC 일의 비율이 50대 50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주된 직업은 통역사라고 말하는 이유는 일단 통역사의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통역사를 고용하는 이유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언어의 장벽이 없는 것처럼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내 덕분에 잘 됐어’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일이 원활하게 잘 되는데 내가 일조를 하고, 대화하는 사람들이 묵은 체증이 풀렸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 통역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하다 보면 어려워지는 부분이 다르다. 동시통역 같은 경우에는 들으면서 바로 얘기를 하는 거라 처음 배울 때가 힘들다. 하지만 부스 안에서 통역하기 때문에 아늑한 느낌이 들어 안정감이 있다. 순차통역은 무대에서 연설자가 한번 얘기하고 통역하는 식으로 진행돼서 모든 이의 이목이 쏠려 부담이 될 때가 있다. 힘들어지는 순간들은 매번 다르지만 재밌는 부분이기도 하다. 통역이 완벽해지는 순간이 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발전과 공부의 과정이다. 통역이 어렵지만 매력 있는 이유는 계속해서 공부할 것이 나오고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갈고닦아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찼던 때는 언제인가.

사실 매 순간 보람차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수도 없이 많다. 최근에는 어떤 스타트업 기업과 대동해 해외 투자를 받으러 출장을 간 적이 있다. 회사의 기술 개발자분이랑 대표님과 함께 해외 투자를 받으러 갔는데 그분들이 너무 긴장을 많이 하셨다. 그때가 작년 말이었으니까 이 투자를 받지 못하면 올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이야기가 잘 돼서 투자를 받아냈는데 그분들이 통역을 잘 해줘서 잘됐다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해 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너무 뿌듯하고 감격스러웠고 내가 이 일을 해낸 것도 아닌데 이런 상황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고 감사했다.

 


▶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여성분들을 롤모델로 많이 삼았다. 벨기에에 있을 때 교감 선생님이 여자분이셨는데 그분을 존경했었다. 교감 선생님이 부모님에게 ‘학교에 한국인이 주연이 밖에 없어 정체성을 읽어버릴 가능성이 크니 집에서는 꼭 한국어를 쓰게 하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여성 리더십을 강조하시면서 여자 아이들도 꿈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걸 가르쳐주신 분이었다. 그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자신감을 가지고 큰 꿈을 가질 수 있었다.

 


▶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나 스스로가 하나 모든 이들의 소통을 책임지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은 00은 무엇인가.

열정. 나와 가장 잘 맞고, 나를 제일 잘 대변하는 단어다. 이제까지도 그랬었고 열정 없이는 껍데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에게 열정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고 열정이라는 단어 없이는 조주연을 설명을 할 수 없다. 열정이 죽는 순간 내가 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끝으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교에 다닐 때 그 누구보다 공부는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다지만 뒤돌아보면 공부 외에는 너무 아쉬운 것이 많다. 경험해볼 기회가 있다면 최대한 많이 경험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친구들과 전시회를 기획해본다든지 스타트업이나 프로젝트같이 나중에 나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서 도전해보라. 모든 것들이 배움의 장이 될 수 있기에 다양한 경험을 쌓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4년 동안 광고회사에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것이 지금 프리랜서로 통역 일을 하는 데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Epilogue

이번 인터뷰를 위해 그녀를 만났을 때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가 한 번에 전달이 됐다. 이야기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를 보고 이 직업과 일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많은 직업이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사라질 위험에 처할 직업으로 거론되지만 사람의 감정과 숨은 의도까지 파악해 전달하는 통역사는 아직 건재하다. 앞으로 세계는 언어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그녀 같은 통합 커뮤니케이터를 더 많이 요구하게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보이는 곳에서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불편함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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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ken_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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