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더 좋은 나 비정상인가요?
혼자가 더 좋은 나 비정상인가요?
  • 최은지·이다현 기자
  • 승인 2019.04.03 00:27
  • 호수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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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各自圖生) 흐름의 수용과 경계 사이
일러스트 신혜수 수습기자
일러스트 신혜수 수습기자

2017년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8.6%를 차지하며 2~30대 사람들 10명 중 4명은 ‘혼밥’을 한다고 나타났다. 이전에는 혼자 밥을 먹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혼자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점에서도 개인주의와 관련된 책이나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내용을 다루는 책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위 사람을 불필요하게 의식하는 것과 같이 외부인을 향해있던 우리의 시선이 점점 나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점점 개인주의자가 되고 있다. 자신의 존재를 어느 한 집단의 구성원이 아닌 한 명의 개인으로써 인식하려는 의식의 변화는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개인주의란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보면 개인주의는 르네상스 이후의 근대 유럽에서 시작된 사상이다. 개체로서의 개인이 국가나 공동체보다 우선하며 개인의 권리를 절대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취한다. 반면 개인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인 전체주의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적이고 더 폭넓은 사회적 맥락 속에 있는 존재로 생각한다. 즉 개인주의는 사람을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생각해, 문화적 가치로서 독립성과 독창성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집단보다 개인을 존중한다고 볼 수 있다.

 


#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다르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단어만 들으면 얼핏 비슷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지역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될 만큼 열풍을 일으켰던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그는 개인을 침범하고 간섭하는 것과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완연히 다른 일이라고 명쾌하게 두 단어를 구분 짓는다. 그가 말하는 개인주의란 이기주의와 달리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유교 사상, 군대 등 끈끈한 집단 문화에 얽매어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나 배타주의로 여겨지곤 한다. 실제로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에서 직장인 3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은 일보다 사람이 싫어 회사를 떠난다고 답했다. 직장에서는 가족보다 동료들과 많은 시간을 공유하며 업무로 인해 인간관계가 연결돼있다. 야근이 당연시되고 휴가 또한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등 집단주의가 만연한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개인주의로 살아가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개인주의를 바라보는 시선

개인주의 문화가 많이 확산됐다고 하지만 아직 이를 바라보는 의견은 다양하다. 혼자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본다고 했을 때 농담으로라도 친구가 없느냐면서 왜 혼자 하느냐는 말을 듣는 경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개인주의에 대한 우리 대학 학생들의 시선도 달랐다. 개인주의의 큰 흐름으로 등장한 ‘혼술’, ‘혼밥’, ‘혼영’ 등에 대해 자유롭기도, 여전히 불편해하기도 했다.

 


여지원(제약공학·3) 씨는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건 주위 시선이 신경 쓰여 그 상황을 즐길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구치헌(상담·2) 씨는 “처음에는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이제는 식당에 가도 1인석이 마련된 곳이 많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개인주의의 흐름에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 개인주의가 나타나는 이유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서 전국의 19~34세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단체의 이익보다 개인의 사생활 존중이 우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62%로 나타났다. 새솔심리재활학교 박찬우 지도자는 개인주의가 만연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요소로 사람들이 스스로를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을 꼽았다. 동시에 “문화적 가치로서 개인의 독립성과 독창성을 우선시하는 부분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바탕에는 1인 미디어, SNS와 같이 개인의 개성과 가치를 드러내는 새로운 직업, 콘텐츠 등이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식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개인주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쁘다 좋다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어떤 것이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또 사람들은 수많은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기에 이 관계망을 벗어나려는 순간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개인을 무시하는 공동체가 아닌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한 자발적인 공동체가 생겨날 때 우리는 그 안에 존재함과 동시에 자신을 더욱 존중하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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