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시장과 프랜차이즈 특화 거리
대구 서문시장과 프랜차이즈 특화 거리
  • 박상엽·한예은
  • 승인 2019.04.03 00:27
  • 호수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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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나아갈 길

 

 

▲ 대구 3대 시장 중 하나인 서문시장의 정문
▲ 대구 3대 시장 중 하나인 서문시장의 정문

 

Prologue
요즘은 집 주변에서 시장을 보기 힘들다. 아니 시장을 찾지 않아 우리 지역 어디에 시장이 있는지 모른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1990년대부터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본격적으로 서민들의 생활 속으로 유입되면서 시장은 점차 경쟁력을 잃어갔다. 아울러 2000년대 들어 SSM(Super SuperMarket)이라 불리는 기업형 슈퍼마켓의 등장으로 이제는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KOSIS 통계에 따르면 2006년 1천610개였던 전통시장 점포수는 2017년 1천450개로 10년 사이 160개 시장이 문을 닫았다.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지역 거리를 활성화하고자 정부와 시장 상인들이 합심해 지역의 대표 상권으로 자리 잡은 곳이 있다. 바로 대구 서문시장이다. 시장이 사라져 가는 요즘 서문시장만의 특성화 방법을 알아보고, 작년 6월 개장해 죽어가는 시장을 살리기 위해 프랜차이즈 거리 조성 및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서부시장 오미가미거리를 방문해봤다.

 

▲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 전문화&특성화
대구의 전통시장이자 전국 3대 시장 중 하나인 서문시장은 대구역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 1시 정도에 도착해 인적이 드물 거라고 예상했으나, 시장 안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현재 서문시장에는 5천여 개의 점포가 있고, 상업에 종사하는 상인들만 2만 명을 헤아릴 정도로 성업 중이다. 방문객의 수는 평일 약 5만 명, 주말에는 10만 명을 웃돌아 서문시장 제2의 전성기라 불릴 정도로 그 열기가 뜨겁다. 이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문시장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특성화 전략이다.


서문시장의 주 판매 상품은 섬유 제품과 건어물, 먹거리 음식이다. 한복, 의류, 가방이나 등산복 같은 전문 의류도 주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1지구와 2지구 건물 내부에서는 다양한 섬유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서문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인접한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겹치는 판매 물품이 별로 없기 때문에 굳이 대형마트와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권병렬(53) 씨는 “시장 주변에 백화점이나 큰 마트가 많이 들어섰지만, 서문시장이 백화점보다 싸고 접근성이 좋아 자주 온다”며 “일반 식료품인 채소나 음식을 팔지 않고 의류나 건어물, 먹거리 음식을 팔기에 더 큰 상권이 들어와도 무너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번영하는 시장,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속사정
시장을 한참 둘러보다 허기가 차 한 접시에 3천원인 넙적만두 집에 앉았다. 작은 점포 앞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 갓 나온 음식을 먹다 사장님께 요즘 장사에 대해 물었다. 수년째 넙적만두 집을 운영하는 김은숙(54) 씨는 “우리 점포뿐 아니라 시장이 전체적으로 불황이다”며 “우리 점포도 최근 가게를 내놨고, 주변 2개, 3개씩 점포를 운영하던 가게들도 하나 둘 씩 가게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며 개탄했다.


시장이 전체적으로 불황기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2지구 상가 안으로 들어가 상인들을 만나봤다. 동산가 방울새 점포 정희자(66) 씨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만 구경 온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요즘은 최저임금이 부담돼 점원을 두고 장사하는 집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의 경기 침체를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상인과 거리의 사람들을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니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 북적북적한 사람들 그러나 그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 서부시장 오미가미거리
▲ 서부시장 오미가미거리

 

서부시장 프랜차이즈 거리의 명과 암
전통시장인 서문시장과는 반대로 서부시장은 프랜차이즈 특화 거리를 도입했다. 지난 1972년 문을 연 서부시장은 당시만 해도 5백여 점포를 자랑하며, 서문·칠성시장과 함께 대구의 3대 시장으로 꼽힐 정도로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번성한 상권과 규모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유통시장이 개방되며 대형마트, 백화점 등으로 활력을 잃어 급격히 쇠퇴했다. 서부시장의 프랜차이즈 특화 거리는 대구시와 서구청의 협력 사업으로 50억원 가량을 투자해 조성됐다. 죽어가는 시장 상권을 살리기 위해 거리의 간판부터 건물까지 규격화해 놓아 통일된 간판들과 골목의 독특한 디자인들이 눈에 띄었다. 프랜차이즈 거리는 1차 거리부터 총 4차 거리까지 4단계로 점진적 발전을 해 왔다. 거리 구성 초기 ‘치킨’을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 거리가 조성돼 거리의 활력이 살아났다. 


그러나 지금은 1차 프랜차이즈 거리의 대부분 상권이 나간 상태이다. 단순 치킨으로만 구성된 거리는 손님들의 발걸음을 이끌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또한 서부시장은 지리적으로 스쿨존 및 교육환경 보호구역으로 속해 주변에 주점, 피시방 같은 유흥업소들이 입점할 수 없다. 이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했다. 프랜차이즈 거리가 조성돼도 이 거리는 단순 ‘밥집’으로써의 기능만 수행할 수밖에 없어 주변 다른 상권과의 경쟁에서 도태된 현실이다.

▲서부시장 청년거리
▲서부시장 청년거리

 

서부시장의 특성화 청년상인 골목, 찾는 손님 없어 10곳 중 8곳 떠나 
서부시장 오미가미거리 바로 맞은편에 있는 청년거리는 전통시장과 현대와의 조화를 강조하며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사업으로 작년 4월 개장했다. 10명의 젊은 사장들이 힘을 합쳐 재래시장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이 거리는 디저트 카페부터 음식점, 수제 기념품 가게까지 다양한 분야의 가게들이 들어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개장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상인들이 대부분 떠나 거리에는 적막감만이 감돌뿐이었다.10명의 젊은 상인 중 현재 남은 가게는 단 두 곳이다. 그중 두심건강곡물제작소 김태규(44) 씨는 “이 서부시장 상권 자체가 사람이 없기에 재래시장으로써의 기능은 상실했다”며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남아 있는 가게는 2개뿐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시장 측에서 무조건 청년들의 시장 입점을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맞게끔 품목을 지정해 주고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서부시장 프랜차이즈 거리, 상인들이 말하는 프랜차이즈 거리
서부시장 오미가미거리의 4차 거리에서 조갯집을 운영하는 박재홍(44) 씨에게 서부시장과 오미가미거리의 협력 상태에 대해 들어봤다. 박 씨는 “시장 상인회 측에서는 거리 조성에 큰 노력을 했다는데 사실상 상인들이 받은 혜택은 없다”며 “이 거리의 장점이라고는 임대료가 낮은 것 하나”라며 “서부시장은 전통시장으로써의 장점과 의미 모두 상실한 거리로 프랜차이즈 거리를 조성했지만, 전통시장과 공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거리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와 더불어 “전통시장 이용고객의 주 이용 시간이 오전 9시 부터 오후 5시인 반면, 프랜차이즈 거리의 상점들은 오후 5시 이후에 장사를 시작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실상 상인회에서 말하고 있는 전통시장과의 협력은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Epilogue
우리 주변 전통시장들은 인근 마트나 홈쇼핑 등 새로운 마켓 형식으로 인해 그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생활환경의 변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예로부터 그 지역을 대표하던 시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시장의 발전을 위해 정부에서 거리를 조성해 놓는다고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특색과 장점을 잘 파악하고 그 지역에 맞게끔 특성화·전문화하는 것이 침체한 시장경제를 살리는 방안이지 않을까. 추운 겨울 다소 우울해 보이는 상인들의 얼굴에 다가오는 봄에는 붐비는 손님들로 인해 미소가 깃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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