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무료함에 펀치를 날리는 새 시대의 디스코
(3) 무료함에 펀치를 날리는 새 시대의 디스코
  • 금유진
  • 승인 2019.04.03 22:49
  • 호수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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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디스코는 음악적 특징이 더욱 강조되어 팝에서 하위 장르로 소비되거나 당대 디스코~포스트 디스코를 대표하는 가수의 음악을 오마주하는 형태로 재현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뮤지션 혹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들의 디스코 활용법과 지난해 발표된 그들의 대표곡을 소개한다.

▲ 디스코를 상징하는 미러볼
▲ 디스코를 상징하는 미러볼

 

Kacey Musgraves ‘High Horse’

이번 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상은 컨트리 뮤지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Kacey Musgraves)의 4집 <Golden Hour>에게 돌아갔다. 그는 전통적인 컨트리의 고향 내슈빌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메이저 데뷔부터 파격 그 자체였다. 팝 음악과 조화를 강조하면서도 곡에서 마리화나 흡연과 동성 간의 키스를 언급(곡 ‘Follow Your Arrow’)하여 컨트리 지지층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지만, 오히려 해당 장르를 즐겨 듣지 않는 리스너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현재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 컨트리에 캐치한 팝과 디스코를 본격적으로 적용시켜 다양한 악기와의 협업을 유도한 4집의 수록곡, ‘High Horse’는 업템포에 기계적인 일렉 기타 스트럼과 나긋한 밴조와 어쿠스틱 기타가 어울리는 독특한 트랙이다. 거만한 자들은 조심하라는 위협적인 경고를 담은 가사는, 펑키한 디스코 사운드 아래 찰랑거리는 시원한 보컬과 함께 묘한 설득력을 가진다.

Christine and the Queens ‘Girlfriend’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가슴 아프고도 섬세한 감정선을 펼치며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한 프랑스의 팝 뮤지션 크리스틴 앤 더 퀸즈(Christine and the Queens)는 알앤비와 힙합을 적절히 분배한 팝 스타일을 지나 본격적으로 복고를 시도하며 제2의 음악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2집 <Chris>에서는 기존의 불확실하고 어딘가 소극적이었던 캐릭터를 해체하고 적극적이고 담대한 모습으로 새로운 페르소나를 펼쳐냈다. 스스로 판섹슈얼임을 밝히고 성장하면서 사랑을 비롯한 감정에 대한 확신을 갖고, 관계에서 지배적인 여성이 되거나 발칙한 욕구 그 자체를 추구하기까지 한다. 이를 대표하는 곡 ‘Girlfriend’는 수동적이지 않고 당당한 자세를 자유로운 디스코의 분위기에 물들였다. 마치 프린스, 마이클 잭슨의 디스코 황금기를 재현하듯, 날이 선 기타 리프와 네온사인의 은은한 불빛을 표방한 신스 사운드로 쓸쓸하면서도 낭만이 여전한 당대의 도시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Tom Misch ‘Disco Yes’

기타와 바이올린을 함께 연주하는 멀티 인스트루먼탈리스트이자 재즈에도 조예가 깊어 차세대 펑크 뮤지션으로 불리는 영국 뮤지션, 톰 미쉬(Tom Misch)는 국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춘 신인이다. 재즈에 힙합, 팝 사운드를 접목한 데뷔 앨범 <Geography>에서는 미니멀한 펑크 사운드를 더욱 강화한 음악을 들려준다. 디스코의 여러 내러티브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그의 매력. 무기력하게 흐트러진 보컬은 잔잔한 어쿠스틱 넘버에 비트를 점차 쌓아 올린 방식으로 부드럽게 전개되거나, 아예 빅밴드 재즈를 표방하는 가운데에도 전혀 쳐지지 않으니 놀랍다. 수록곡 중 디스코 장르 그 자체를 찬양하는 곡 ‘Disco Yes’는 펑키한 베이스라인으로 댄서블한 팝을 표방한다. 곡은 미국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2018 플레이리스트에 오르며 재조명받기도 했다.

Parcels ‘Tieduprightnow’

유럽풍 디스코의 중심,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하는 인디밴드 파슬스(Parcels)는 일렉트로니카에 낭만을 더한 재기발랄한 뮤지션이다. 60년대 비틀스의 더벅머리와 비치 보이즈의 향취를 느끼게 하는 멜로디, 그러나 중독성 있고 직선적인 펑크 사운드는 80년대 클래식 디스코를 넘어 다프트 펑크의 누 디스코를 재현한 듯하다. 밴드는 자신을 ‘일렉트로 팝에 디스코 소울을 접목한 음악을 시도하는 뮤지션’이라 정의하였으며, 이는 곧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Parcels>를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대표 트랙 ‘Tieduprightnow’가 디스코 그루브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나, 진취적인 전개를 통해 인생을 예찬하는 모습 역시 전설적인 디스코 뮤지션들을 오마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슬스 앨범의 다른 트랙은 강렬한 일렉트로니카에 레트로 사운드를 혼합 믹싱하여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이는 여타 다른 신생 밴드에서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필자 이준기

실용적인 덕질을 지향하는, 날개도 그림자도 없는 꿈을 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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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Curate Values’를 모토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미디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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