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그림의 힘
  • 이다현
  • 승인 2019.04.03 22:49
  • 호수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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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나의 의지력 점검 시간
▲ 야코프 반 홀스동크, 레몬, 오렌지, 석류가 있는 정물. 1620~40년
▲ 야코프 반 홀스동크, 레몬, 오렌지, 석류가 있는 정물. 1620~40년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 내내 할 수 있다는 의지로 충만해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러기가 쉽진 않습니다. 현재에 대한 회의나 앞날에 대한 불안이 엄습할 때도 있고, 마음이 약해지면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도 타격을 받곤 하지요.

“의지가 점점 약해져요”라며 상담을 하러 오시는 분들을 보면,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는, 아주 확실하고 견고한 무언가에 대한 갈급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그림이 제공하는 단단히 영근 과실과 풍성함 자체에 힘을 얻어가곤 합니다.

그림을 보면 먼저 어떤 느낌이 드나요?

그릇이 있는데, 꽉 차 있고 풍족하지요. 차분하고 고귀한 파란색의 그릇, 이 그릇을 내가 계획했던 틀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 안에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 있지만 하나도 곯아있거나 빈약하지 않습니다. 손에 쥐면 그 묵직함이 고스란히 느껴질 듯합니다. 열매 속을 갈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라진 석류의 튼튼한 알갱이들을 보세요. 당도 높아 보이는 먹음직스런 붉은 색입니다.

나의 계획과 생각 속에 이렇게 실한 열매들이 알알이 맺히고 꽃과 잎이 피어나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긍정적인 믿음을 실어줍니다. 또 한 가지 이 그림의 힘은 지친 오감을 새롭게 자극해준다는 것입니다.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특히 오렌지와 레몬의 노란색으로 시각적인 집중을 시킵니다. 과실의 사실적인 표현으로부터 새콤달콤한 향기와 침샘을 돋우는 공감각적인 자극도 얻을 수 있습니다.

로마시대 장식그림을 보면 과일을 탑처럼 쌓아놓고 연회를 벌이며 호화로움을 과시하는 모습이 많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릇에 잡동사니보다는 알록달록한 과일을 쌓아 담아놓곤 합니다. 단지 그것뿐인데, 집에 돌아와 보면 그 색감과 풍성함이 주는 효과가 대단하거든요. 여러분의 집에, 또는 독서실에, 과일을 놔둠으로써 기분이 좋아지는 간단한 팁을 알려드리죠. 바구니나 컵보다는 속이 다 보이는 그릇이 좋습니다. 높이가 길쭉한 유리병에 레몬을 가득 담아놔보세요. 자꾸 손이 가서 까먹게 되는 과일이 아니므로 집중도 방해하지 않고, 신선하고 상큼한 시각자극제가 되어줄 것입니다. 가끔 즙을 짜서 맛을 보아도 좋겠지요.

그냥 아무 때고 집중과 생기를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 딱 맞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에는 조건 없이 그냥 마구 의지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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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codm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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