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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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경진 기자
  • 승인 2019.05.08 00:06
  • 호수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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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44. 차갑거나 따뜻한, 길고양이에 대한 상반된 시선
출처: 연합뉴스TV
출처: 연합뉴스TV

 

● [View 1] 애니멀 포비아 A 씨  
나도 어렸을 적엔 동물을 좋아했다. 하지만 가족처럼 여기던 나의 반려동물이 다른 동물에게 물려 죽임을 당한 이후로 동물을 마주하는 것에 큰 트라우마가 생겼다. 길에서 어떤 동물이라도 마주하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괴롭다. 비록 목줄을 착용한 반려견이라도 왠지 나에게 달려와 물어버릴 것만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 동물을 혐오의 존재로 느끼게 됐다. 요즘은 밖에서 흔히 보이는 길고양이들 때문에 길을 다니는 게 두렵다.

하지만 내가 동물에게 갖는 혐오의 시선은 다른 사람들에겐 존중받지 못한다. 작고 귀엽게 생긴 동물들에게 공포를 느끼면 내가 유난 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사이트에는 ‘애니멀 포비아, 혐오자를 만났을 때 대처 방법’과 같은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는 나와 같은 애니멀 포비아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다. 애니멀 포비아는 10명에 1~2명꼴이라고 하지만 이들의 권리는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길고양이는 애니멀 포비아만의 공포대상이 아니다. 공동 생활하는 아파트 주민에게도 민폐 동물로 손꼽힌다. 한번은 길고양이들이 우리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들어가 정리해놓은 쓰레기들을 다 헤집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또 최근에는 길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제때 못 자,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까지 받고 있다. 오늘은 고양이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편안히 잠에 들 수 있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 [View 2] 동물보호단체 B 씨
길고양이가 늘어나면서 캣맘, 캣대디들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하지만 이들 행동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증가하면서 길고양이 돌봄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길고양이가 주는 불편한 부분들도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주인 없이 길에 떠돌아다니는 동물일지라도  분명 그들도 생명이 있는 보호대상이다. 생명에는 귀천이 없으므로 인간과 동물을 동등하게 존중해줘야 한다. 주인에게 길러지는 동물들에게만 무한한 사랑과 애정을 주는 것은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동물들에게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우리도 길고양이가 발생시키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이다. TNR은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Trap)한 후 중성화 수술(Neuter)을 시켜 포획한 장소에 다시 방사(Return)하는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서울시와 함께 진행한 이 사업 덕분에 2013년 기준 25만 마리였던 길고양이들이 작년에 13만 9천마리로 줄어 개체 수 조절에 큰 효과를 봤다. 이처첨 우리도 노력을 하고 있으니 길고양이를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을 멈춰주길 바란다. 대안으로 언급되는 길고양이 도살처분 방식은 생명 존중 문화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무의미한 행동이다. 길고양이 수가 갑자기 줄어들면 주변 길고양이들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길고양이들이 분포하는 진공효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 [Report]
지난 2015년 10월에 일어난 ‘용인 벽돌 살인 사건’은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길고양이 집을 짓던 여성이 초등학생이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했던 이 사건을 계기로 ‘캣맘’이라는 용어가 화제가 되고 길고양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캣맘 테러와 길고양이 테러는 만연하게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도 길고양이 관리를 위한 자원봉사자를 공식적으로 모집하고 있으며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TNR사업을 실시 중이다. 또한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해 길고양이 급식소, 고양이를 원거리로 이주시키는 고양이 마을 설치 등 다양한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작년 10월, 러시아의 한 마을에서는 길고양이의 행복을 위해 길고양이들을 돌볼 캣맘을 공개 채용했다. 공식적으로 채용된 캣맘은 예산을 배정받아 길고양이 먹이를 챙겨주는 것은 물론 길고양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업무까지 맡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시민들의 적극 지지를 받고 있다.

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1천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념해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반려동물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정부에서 길고양이 사업에 쓰이는 돈은 한정돼 있기에 자원봉사 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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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jin0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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