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직접 해보기
음악, 직접 해보기
  • 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 승인 2019.05.08 00:06
  • 호수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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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좋은 음악은 좋은 친구와 같다. 행복한 삶을 다지는 필수요소다. 어떤 것이 좋은 음악일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특별한 기준을 정할 순 없다. 이런 물음에 멋진 답을 남긴 음악가가 있다. 재즈 음악 최고의 귀족, 그래서 듀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국의 음악가 E. 엘링턴. 그의 답은 ‘(무엇이 되었든) 듣기에 좋은 것, 그것이 좋은 음악이다. If it sounds good, it is good!’


그럼 우리는 음악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우선은 듣는 것이다. 어떻게? 고가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마니아급 감상자도 많겠지만, 가장 대중적인 방식은 스마트폰을 통해서일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파일, 또는 온라인으로 전해오는 파일을 듣는다. 가볍게 찾고, 가볍게 듣다 식상해지면 지워버리고, 다른 파일로 교체한다. 오늘날 음악은 이렇게 디지털 소비재가 돼버렸다.

비닐 레코드 판이나 녹음 테입, CD에 담겨져 있는 음악은 특별한 사람들의 취향이 되었다. 진공관 앰프나 스피커에 대한 관심도 전보다 좁아졌다. 음반시장이라는 말조차 이젠 의미가 약해졌다.

그러나 음악과 관계 맺는 방식에 듣기만 있는건 아니다. 듣기는 수동적 소비행위에 가깝다. 소비라는 용어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시대인 오늘날, 우리들이 음악과 관계 맺는 방식은 대체로 그렇다. 여기서 디지털 문화행태에 대한 아날로그적 불평을 늘어놓겠다는 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음악과의 관계가 듣고 흘려버리는 수동적 소비형식이 전부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청년들 거의 예외없이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을 다녔으리라. 대체로 몇 달 다니며 바이엘, 하농, 체르니 연습하다 중도에 끝내버렸지만, 부모님들은 왜 우리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것일까? 그리고 많은 우리들은 왜 레슨을 접어버렸을까? 하기 싫은 것, 어려운 고비를 극복하고 계속 배웠다면 어땠을까?

단언컨대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장르에 따라 선호도는 다르겠지만 음악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음악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생각해보자. 어디가 되었든, 어느 분위기가 되었든, 거기에 맞춰 내가 연주하고, 그 자리의 모두가 함께 즐거울 수 있다면, 그건 얼마나 풍성한 삶의 경험일까.

음악을 한다는 것. 듣는 걸 넘어 직접 음악을 한다는 것. 그건 자랑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반드시 프로처럼 잘 할 이유도 없다. 장소와 분위기에 어울릴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대극장 무대의 공연이 아니라 이런 것이 문화의 본래 모습이다. 악기 하나쯤 제대로 배우고 연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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