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이별의 순간은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이별의 순간은 찾아온다
  • 최은지 기자
  • 승인 2019.05.08 00:06
  • 호수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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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취재기자
최은지 취재기자

우리는 살면서 여러 번의 이별을 경험한다. 친구 혹은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 그리고 죽음으로 인한 소중한 가족과의 이별까지. 기자는 아직 많은 이별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이다. 장례식장의 존재 자체가 낯설던 중학교 1학년, 죽음을 인식하기엔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그때 들었던 한 가지 생각은 명절 때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놓고 웃으며 손주들을 맞아주시던 할머니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죽음을 인식하게 된 순간이었다.

 

어떤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그 상황에 익숙해지고 적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몇 번을 경험해도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별이다. 이별하게 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존재였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의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비단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이 늘어난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 동물들과 이별을 겪는다.


본지 12면에서는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동물장례식장을 취재했다. 무거운 분위기일 것 같다는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밝고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장례식장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일부러 박물관 같이 만들어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동물은 가족 같은 존재다. 사람과 동물이 어떻게 가족이 될 수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반려인들은 동물과 감정을 공유하고 위로받으며 기쁨을 느낀다.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을 어떻게 다른 사람이 온전히 공감할 수 있겠냐만은 비슷한 경험을 통해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뿐이었다. 그 슬픔의 무게를 어렴풋이라도 알고 있기에 방금 장례식을 마치고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란 조심스러운 부분이었다. 다행히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으나 떠나보낸 강아지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도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들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고 인터뷰를 끝낸 후에는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람과의 관계든 살아있는 생명의 수명이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모든 끝에 익숙해지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의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자는 ‘현재에 충실하자’라고 답하고 싶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관계 혹은 그 대상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일말의 후회조차 남기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자.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적어도 ‘그때 이렇게 해야 했는데’ 혹은 ‘이렇게 하지 말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우리는 미래도, 과거도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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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ken_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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