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뇌’를 힐링 시켜주는 방법
지친 ‘뇌’를 힐링 시켜주는 방법
  • 유경진
  • 승인 2019.05.08 17:44
  • 호수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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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뮤지엄 테라피 디어 브레인
'브레인 마사지'를 경험하게 하는 공감각적 공간
                     '브레인 마사지'를 경험하게 하는 공감각적 공간

 

우리를 힘들게 했던 중간고사가 드디어 끝이 났다. 기자는 중간고사 기간 벼락치기 공부로 단기간에 과도한 양의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고생을 했다. 이에 시험뿐 아니라 평소에도 잡생각이 가득한 뇌에 휴식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지치고 잠든 당신의 뇌에게 뮤지엄 테라피를 처방한다’는 테마의 미술관 문구를 발견하고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K현대미술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미술관에 도착하기 전부터 마음이 들뜨고 벌써 뇌에서 에너지가 나오는 기분이었다. 오후 2시쯤 도착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그리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했다.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나에게 휴식을 선물하자고 단단히 마음먹으며 입구로 향했다.

지하 1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실물과 똑같이 생긴 뇌 모형이 기자를 반겨줬다. 형형색색의 색감을 나타내고 있는 전시장을 둘러보며 본격적으로 구경을 위해 전시장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Infinity Wall>이라는 공간에 들어가 보니 사방이 반사와 왜곡으로 이뤄진 거울로 뒤덮여있고 4차원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어릴 적 과학체험관에 갔던 경험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안내서를 읽어보니 ‘3차원의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자극받는 뇌를 쉬게 한다’고 적혀 있었다. 조형물을 통한 포근한 색감의 빛으로 시각피로를 상쇄시킨다고는 하지만 기자는 눈 아프고 왠지 모를 어지러움에 서둘러 그 공간을 나왔다.

사탕 풍선으로 꾸며져 있는 외벽
사탕 풍선으로 꾸며져 있는 외벽

 

우리 뇌는 단맛을 느끼면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이 생성된다고 한다. 코너를 돌아보니 벽면에 사탕 풍선으로 꾸며져 있고 바닥에는 츄파춥스 사탕 통이 쌓여있었다. 그곳에서 사탕을 하나 챙기고 인증샷도 찍으니 어쩐지 달콤한 하루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다들 휴식을 제대로 즐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이번에는 감각적 경험을 체험하는 <브레인 피트니스>존으로 향했다. 촉각을 체험할 수 있도록 쌀알을 밟아보는 이곳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기자도 냉큼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처음에는 모래인 줄 알고 신나서 밟았지만 자세히 보니 모래가 아닌 쌀알이었다. 평소 쌀알을 밟아볼 기회가 없어 신선했지만 ‘전시 끝나면 이 쌀은 아깝게 그냥 버려지겠지’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한쪽 작은 공간에서는 뇌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ASMR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는 자연의 소리를 가공한 것이라고 한다. 평소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주위를 차단하고 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만 집중하니 청각에 더 자극을 줄 수 있었다. ASMR 사운드 옆 벽면에는 지친 뇌에게 한마디 하는 곳이 마련됐다. 아쉽게도 포스트잇이 없어 아무것도 적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쓴 내용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2019 좋은 생각’, ‘빛나는 20대 늘 행복하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뇌' 모형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뇌' 모형

 

전시관을 나오는 길, 오랜만에 학교와 과제에서 벗어나 뇌에 제대로 된 휴식을 선물한 하루였다는 생각이 들며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공부와 학교로 가득 찬 뇌에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으로 상상력과 창의력 증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 뇌는 전체 에너지의 20%를 차지한다고 한다. 매일 수만 가지 생각으로 어쩌면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더 지쳐있을지도 모른다. 잡념들로 인해 괴로워하기 보다는 복잡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하루쯤 자신의 뇌에게 휴식을 처방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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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jin0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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