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그 사이의 간극
이상과 현실, 그 사이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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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0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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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상한제

◇ 그야말로 ‘경이로운’ 기록이다. 지난 4일, 마블 영화 ‘어벤져스 4’가 개봉 11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천만명을 돌파했다. 모두가 짐작한 천만이었지만 그 속도가 예상 그 이상으로 빨랐다. 개봉 전부터 인터넷 검색창에는 어벤져스와 관련된 검색어가 도배됐고 좋은 자리에서 영화를 보기 위한 암표 거래가 성행했다. 심지어 영화를 보고 싶은 군인들이 부대를 무단 이탈하는 등 곳곳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들려온다.


◇ 작년에 개봉한 ‘어벤져스 3’의 인기도 실로 대단했다. 당시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필자는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사람이 똑같은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아오는 진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평일 오전 시간대의 주 관람객인 노인분들의 불만을 받아 주느라 곤란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국산 영화가 보고 싶은 그들이었지만 영화관 상영관은 모두 어벤져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 모바일 예매도 익숙지 않은 대부분의 노인들은 영화관을 직접 방문해 티켓을 끊는다. 국산 영화 선호도가 높은 그들에게 히어로물인 어벤져스는 다소 다가가기 어려운 영화였다. 노인뿐만 아니라 어벤져스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이에 특정 영화에 배정되는 스크린 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취임한 문체부 장관은 스크린 상한제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며 한 국회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제도 도입에 힘을 실었다.

◇ 어벤져스 4가 개봉일 당시 국내 영화관 스크린 전체 4천829개 중 57.1%에 달하는 2천760개를 차지한 것을 보면 스크린 상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히나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영화 산업은 스크린 상한제로 이를 온전히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 독립영화 지원이나 국내영화 발전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 등 더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제도에 대한 고민이 먼저 아닐까. 다양성을 향한 이상과 냉정한 현실 사이,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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