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의 교육철학
설립자의 교육철학
  • 박성순(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19.05.15 17:09
  • 호수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성순(교양학부) 교수
             박성순(교양학부) 교수

 

해방이 되자 한국 사회에 많은 대학들이 설립되었다. 근대지식이 부족해서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민립대학설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표방한 ‘국민개학(國民皆學)’의 이상을 실현하여 국력을 증진시키려는 ‘민족교육’에 대한 열망도 중요한 이유였다. 단국대 설립자 범정 선생은 1908년 무렵부터 실력양성을 위해 학교설립을 역설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연설에 감명을 받은 후, 청년들에게 높은 지식을 가르쳐 이 나라를 세계 일등국가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었다.

 

선생은 단국대학을 설립하면서 홍익인간의 정신을 교육이념으로 설정하였다. 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교육이념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건국강령」(1941)을 공포하면서, 홍익인간과 이화세계를 교육이념으로 확립하였다. ‘널리 남을 이롭게 함으로써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선생은 「단국대학설립취지서」에서 ‘홍익인간의 건국정신을 계승하고, 광복을 선도하며 새로운 사상을 창조할 수 있는 문화사관(文化士官)을 양성하겠다’고 표명하였다. 이는 홍익인간 사상을 바탕으로 문화국가론을 주장한 백범 김구의 사상과 일치했다. 김구 선생은 인류의 불행이 물질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인의와 자비와 사랑을 외치는 종교적 교의들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인류의 이기심 때문임을 지적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민족이 홍익인간이라는 이타정신을 자각해서 진정한 세계평화를 선도할 것을 주장하였다.


범정 선생은 단군민족주의를 두 가지 시대적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이념적 토대로 삼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천명하였다. 그것은 ‘민족통일’과 ‘민주주의 완성’이었다. 정부 수립 이후 문교당국에서도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으로 제정하여 지금까지 그 기조가 유지되어 오고 있으나, 실제로는 반공주의를 앞세운 독재정권을 지탱하기 위한 반민족 반민주적 지배정치의 이론적 도구로 이용되어 왔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이에 비해 범정 선생의 단군민족주의는 반공을 앞세워 사상탄압에 앞장선 일민주의와는 달리 민주주의 정착과 민족통일의 시대적 과제에 진지하게 대응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1948년 1월 단국대학 설립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서 범정 선생의 자택을 방문한 김구 선생은 그 자리에 와있던 단국대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훈시하였다. “단국대학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학이라는 생각을 갖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범정 아우의 나라사랑하는 애국애족의 기풍을 이어주길 바랍니다.” 예로부터 역사가 탄탄한 집안의 후예들은 결코 망하지 않았으며, 역사에 큰 공적을 남겼다. 남들과 다른 설립의 역사를 가진 단국인들이여,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