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누기 1은 2’가 가능한 세상
‘1 나누기 1은 2’가 가능한 세상
  • 이다현·김민제 기자
  • 승인 2019.05.15 15:49
  • 호수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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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수록 커지는 공유경제

 

▲ 공유주방 내부 모습
▲ 공유주방 내부 모습

Prologue

물건은 나눠 쓸 수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대의 시장원리로는 실천하기 어렵다. 그 물건을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 된다. 하지만 공유경제의 영역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유경제는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으로, 물건, 서비스 등의 재화에 ‘우리 것’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기존에 통용되던 소유의 개념을 바꿔나가고 있다. 재화의 낭비를 막고 그 가치를 재생산해낼 수 있어 최근에는 전통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도 논의되고 있는 공유경제. 이에 본지에서는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3요소, 의식주를 공유경제의 시각에서 체험해봤다.

# Beyond the kitche 주방, 그 이상을 공유하다

위쿡에서는 공유주방을 이용하는 푸드메이커들이 자사 온라인몰 ‘위쿡마켓’과 자사 식품점 ‘써리’에 직접 생산하고 유통하는 구조를 가진다. 모든 생산과 유통 과정은 위쿡의 까다로운 검열을 거쳐 진행된다고 한다. 카페 아르크도 공유주방에서 직접 생산하고 곧바로 위쿡 건물에서 판매하는 ‘공유식당’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카페를 둘러보다 한 층 올라가자 유리창 너머로 공유주방이 보였다. 위생실을 거친 푸드메이커들이 공유주방 내부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유주방 브랜드 디자인 매니저는 “공유주방은 동선을 고려해서 한 작업대 당 최대 2명까지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쿡은 공유주방 내부의 디자인과 기본 설비를 준비해놓고 푸드메이커에게 주방을 대여해준다. 푸드메이커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재료로 요리만 하면 된다.

현재 위쿡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기초를 마련해준 뒤 공유주방에서 사업화 전문화를 갖춘 푸드메이커 양성을 위한 정착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체계는 위쿡이 공유주방을 단순 대여 사업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쿡 매니저 박성국(31) 씨는 “푸드메이커에게 위험이 적은 안정적인 시작과 튼튼한 기반을 제공해주는 공유사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 패션을 공유하다

기자는 공유경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중 자신의 옷과 가방을 공유해 수익을 내거나 다른 사용자가 공유한 옷을 대여할 수 있는 패션 공유 서비스 ‘클로젯셰어’를 발견했다. ‘사지 말고 공유하세요. 버려두지 말고 공유하세요’. 홈페이지의 첫 화면부터 공유를 한껏 강조하는 클로젯셰어의 서비스는 ‘RENT’, ‘SHARE’, ‘RESALE’, 총 3가지였다.

RENT 서비스는 다른 공유자가 공유한 옷이나 가방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다. 기자는 브랜드가치, 위생 상태를 기준으로 까다롭게 공유자들의 옷을 선별한 RENT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보기로 했다. 다양한 브랜드의 옷들이 많았고 이미 대여 중이라고 표시된 옷도 꽤 있었다. 기자는 그중에서 평소 사고 싶었던 옷을 찾을 수 있었다. 시중에서 29만원에 판매되는 옷을 4일 대여하는데 드는 비용은 보험비를 제외하고 2만4천원밖에 되지 않았다. 다른 옷도 둘러보니 코트나 원피스 같은 의상도 5만원 내의 가격으로 빌릴 수 있었다.

결제창으로 넘어가자 보험비를 선택할 수 있었다. 50% A/S 보험비는 1만원, 100% A/S 보험비는 2만원이었다. 기자는 주의해서 입으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보험비를 선택하지 않았다. RENT 서비스를 신청하고 이틀 뒤에 바로 옷이 도착했다. 옷은 비닐 안에 깔끔하게 포장돼 있었고 새 옷처럼 깔끔했다. 4일이 지난 후 원래 포장돼있던 상자에 옷을 넣고 함께 온 스티커를 상자에 부착하면 택배기사가 직접 옷을 회수하러 왔다. 원하는 옷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입고 상자에 넣어 반납만 하면 되니 편리하게 느껴졌다.

한국의류협회 통계에 따르면 사람들이 충동구매를 하는 비율이 43%이고 옷장 속 안 입는 옷들이 70%라는 결과는 ‘패스트 패션’이 얼마나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클로젯셰어는 이 문제에 대해 패션을 챙기면서도 패션 때문에 자원이 낭비되진 않는 패션 공유를 해답으로 삼았다.

# 민달팽이들의 달팽이집

집을 공유한다니, 조금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공유주택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교 앞 고시텔과 같이 주방, 거실, 화장실 등의 공용 공간만을 공유하는 플랫 셰어 형식부터 두세 사람끼리 방까지 함께 공유하는 룸 셰어 형식의 게스트하우스 등이 그 예다.

공유주택은 최근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심지 내 집 값이 상승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비록 1인당 주거면적은 줄어들지만 그만큼 주거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과, 공동체 복원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주거 모델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러한 공유주택의 장점을 살려 청년세대의 주거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시민단체로서 청년 주거실태 조사연구 및 청년 주거정책 제안, 제도 개선을 위한 캠페인 활동을 벌인다. 또한 비영리 주택 모델 공급 및 운영업체인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을 따로 설립해 ‘달팽이집’이라고 하는 사회주택을 공급하기도 한다.

달팽이집은 전국에 총 10곳, 서울권 내에만 8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약 180명 정도가 입주해있는 상태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달팽이집의 임대료는 20~30만원 선으로, 기본 50만원 이상인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에 대해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한솔(29) 이사장은 “처음부터 수익을 기대하고 설계한 공간이 아니므로 가능한 일”이라며 “입주자들끼리 역할을 나눠 주택 유지에 필요한 업무를 분담해가며 관리비를 절감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 달팽이집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의 주거공간을 청년에게 제공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진 않는다. 일단 달팽이집에 입주하게 되면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반상회에 참석하고, 주택마다 지켜야 하는 규칙을 스스로 정한다. 이 과정을 통해 달팽이집은 그저 먹고 자는 일만 반복하는 주거공간이 아닌 함께 소통하며 살아가는 ‘집’으로서 입주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사람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공간이니만큼 불편한 점은 없을까. 현재 달팽이집에서 거주하고 있는 A 씨는 “신축된 곳도 있지만 오래된 집을 고친 형태다 보니 소음이나 물리적 부분에선 아쉬운 점들이 있기 마련”이라면서도 “이곳의 입주자들은 서로를 식구로 생각하고 생활하기에 약간의 소음이 들리거나 부딪히는 부분이 있더라도 짜증이 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 만난 사람과 식구가 된다는 말에 갸우뚱한 표정을 짓는 기자에게 그는 “무슨 일이 있어서 도움을 요청하면 누군가는 달려온다”는 말을 덧붙였다. 달팽이집이 추구하는 공동체 의식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Epilogue

기자가 본 공유경제의 세상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공유경제는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아이템이 됐다. 기자가 경험한 공유는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이지만 소비자, 이용자의 편익이 증대됐다는 것이 더 매력적이었다. 공유플랫폼은 사업자도 소비자도 비용적인 부분에서 이익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공유플랫폼을 확장시키기에 마땅한 법률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다. 법률적 규제가 풀리지 않아 미국과 일본 등 공유경제를 선도하는 나라들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공유경제의 흐름에 맞게 규제가 완화되면 앞으로 다양한 공유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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