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의 편에 선 종교인 엘라이
성소수자의 편에 선 종교인 엘라이
  • 박상엽
  • 승인 2019.05.15 22:57
  • 호수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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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라(50) 목사(한국기독교 장로회)

 

 

prologue
오는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IDAHO)’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성소수자 인권 존중과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 이런 노력들은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 제작 총괄 빅토리아 알론소는 “마블 영화에도 동성애자 슈퍼 히어로가 나타날 때가 됐다”며 인터뷰한 바 있다. 이러한 기조 속에 우리나라는 동성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성소수자의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임보라(50) 목사를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7년째 마포 섬돌향린 교회에서 담임목회를 하고 있는 임보라 목사다.

 

▶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놓고 기독교계와 성소수자 인권단체 사이에서 의견이 대치되기 시작했다. 그때 성소수자들이 왜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보다 결정적인 계기를 이야기하자면 지난 2008년 1월 국회 도서관에서 차별금지법 찬반 토론에 참여했을 당시부터라 밝히고 싶다.

 

▶ 목사로서 성소수자의 편에 서기란 쉽지 않은데 이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기독교인 모두가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이에 보탬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근 10년간 교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집중공격을 계속 해왔다. 동성애 혐오단체들에 의해 퀴어 문화축제 반대 집회 등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행사에 대한 방해가 벌어졌다. 기독교인과 성소수자들의 사이에서 편을 가르는 모습을 보며 ‘그들도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대접을 받아야한다’ 생각했다. 그것이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가.
개인적인 어려움을 말하자면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면서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 인신공격 및 악성메일들을 받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나도 사람인지라 인신공격과 악성 메일을 받다 보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때가 많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것들이 내가 이 길을 걸어가는 데 있어 견뎌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겸허히 수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그럼에도 계속 힘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가.
원동력 하나는 안좋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고 있는 공동체 분들의 지지이다. 그들이 나와 함께 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면서 순간마다 접하는 상황과 그 순간의 다짐이 지금까지도 힘을 내게 한다. 

 

▶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
많은 순간이 있었지만,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 당시 서울 교육위원회 건물 로비에서 며칠 동안 농성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외국인, 여성, 종교계 인사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열기와 노력이 함께 빛났던 순간들이었다. 이때 성소수자 청소년들과 함께 했었는데,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이 다가와 청소년들에게 더러우니 빨리 가서 씻으라며 온갖 모욕적인 언변을 일삼았다. 이런 경험을 한 이후 내가 앞으로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이런 상황들을 나 몰라라 하지 않겠노라 결심했다.

 

▶ 우리나라의 성소수자 인권을 점수로 표현한다면.
매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지표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표를 봤을 때 우리나라의 성소수자 인권 점수는 10점 만점에 2점이라고 생각한다. 북유럽국가와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미약하고, 혐오지수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성에 대해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성의 표현방식으로는 꼭 동성애가 아니더라도 무성애, 간성애 등 다양한 형태의 모습이 있는데 이에 대한 교육의 기회가 우리나라에는 미진하기 때문이다.

 

▶ 현재 우리나라의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인식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다양한 설문조사 결과들이 보여주듯 최근 성소수자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인식들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추세이다. 사실상 과도기라 봐도 무방하다. 특히 젊은 세대와 50대 이상의 기성 세대 간 인식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지만 사회 곳곳에서 혐오 및 차별 사건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 우리가 성소수자를 바라볼 때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성소수자도 평범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색안경을 벗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개 성소수자라 하면 퇴폐적인 장소에 있을 것 같고 스치기만 해도 병에 걸릴 것 같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성소수자가 당신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성소수자는 이상한 종류의 무리가 아닌 내 친구고 가족이고 이웃일 수도 있다.

 

▶ [ 공/통/질/문 ]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00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람들’,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성경에 `우는 자와 함께 울라’라는 말이 있다. 나는 비를 맞는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보단 비를 같이 맞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비를 함께 맞고 함께 울어 줄 수 있는 사람.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고 이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갔으면 좋겠다. 

 

▶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한다.
어떤 배움을 얻을 것인지 항상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와 더불어 얼마나 다양한 사람이 이 사회에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다양한 사람들이 처해 있는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았으면 좋겠고, 그 안에 성소수자들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궁극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대학에서 넓고 깊은 배움을 해 나갈 수 있는 대학생이 되기를 응원한다.

 

Epilogue

인터뷰를 하면서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던 임 목사, 그녀를 향한 숱한 비방과 혐오 속에서도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았기에 그녀는 이렇게 미소를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세상 사람 그 누구도 같지 않다는 사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다름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다. 세상은 그렇게 변해왔고 발전해 왔다.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람 사는 모습이지 않을까.
 

박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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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inkl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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