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 속으로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 속으로
  • 최은지
  • 승인 2019.05.17 00:32
  • 호수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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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서울책보고

 


요즘 새로움(New)과 복고 (Retro)를 합친 ‘뉴트로’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처럼 수동으로 촬영조건을 조절해 사용하는 필름카메라, 복고풍 스타일의 옷 등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을 책에서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지난 3월 오픈한 ‘서울책보고’는 30개가 넘는 헌책방의 책들이 한데 모여 있는 초대형 헌책방으로 추억과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헌책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청계천 앞 책방에 사람들이 북적이던 그 시절의 정취를 느껴보기 위해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전시돼있는 1950~1990년대 교과서

입구를 지나 계산대 오른쪽으로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개관기념 특별전으로 전시돼있는 옛날 교과서였다. 부모님 세대가 이런 책으로 공부했다고 생각하니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옆쪽에는 다양한 장르의 독립출판물들이 긴 벽을 채우고 있었다. 요즘 기자의 주된 관심사가 여행인 만큼 여행에 관한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을 주제로 한 독립출판물들은 대부분 사진과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어서 가볍게 읽기 좋았다. 독립출판물은 따로 판매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책들이 많았다. 각자의 개성이 느껴지는 사진이 담긴 여행기들을 보니 기자도 언젠가는 독립출판물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계산대를 지나 입구의 왼쪽을 지나갈 때는 책으로 만든 거대한 동굴에 온 기분이었다. 천장에 닿을 만큼 높이 뻗어있는 원목 책장이 마치 유럽의 도서관을 떠올리게 했다. 책장에는 신기한 책들이 가득했다. 천천히 살펴보니 『승정원일기』같이 대한제국 시절의 책부터 『칼 마르크스』, 우리에게 ‘들장미 소녀 캔디’로 알려진 만화 『캔디 캔디』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이 있었다.

▲ 일본어로 번역된 『파우스트』

 

책장마다 책방의 이름표가 붙어있었는데 각 책방은 오래된 책, 종교에 관한 책, 해외도서 등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었다. ‘높은 곳에 있는 책들은 구경만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사다리를 발견했다. 사다리를 타고 책들을 살펴보니 더 다양한 종류의 책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독립출판물과 기증된 도서를 제외한 책들은 모두 구매가 가능해 책 뒷면에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오래돼서 가치가 있는 책이었지만 헌책이다 보니 크고 두꺼운 책 말고는 모두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유명 시인들의 초판본 시집을 발견했다. ‘찬란한 슬픔’이라는 역설적인 시구로 유명한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작가 김영랑의 시집과 「향수」로 유명한 정지용의 시집을 포함한 몇 권의 책을 들었다. 한쪽에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북카페가 마련돼 있어 그곳에 가 앉았다. 현대어판으로 나온 시집은 쉽게 읽을 수 있었지만 조금 오래된 시집은 오른쪽으로 넘기는 형태인 데다가 본문에도 한자가 많아 읽을 수 없었다. 결국 아쉬움을 뒤로하고 책을 다시 돌려놓았지만 마지막에 나올 땐 ‘그래도 기념으로 시집 한 권 사올 걸 그랬나’하는 후회가 들었다.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이 생겨남에 따라 설 곳을 잃어가던 헌책방의 책들을 한데 모아놓은 이곳에서는 소규모의 쉽게 구할 수 없는 유명 문학작품의 초판본,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책을 비롯한 다양한 책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어 그곳에 있는 책들의 가치를 온전히 느끼진 못했지만, 책을 통해 옛날에 살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처음 들어 왔을 때는 점심이 막 지난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 많은 사람이 책을 읽고,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서울책보고를 찾았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지칠 때 이곳에 온다면 뒤를 돌아보며 잠시 쉬어갈 수 있을 것이다.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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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ken_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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