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양과 오만 군이 만났을 때
편견 양과 오만 군이 만났을 때
  • 송정림 작가
  • 승인 2019.05.23 00:33
  • 호수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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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영국의 작은 마을 하트퍼드셔의 베넷가에는 다섯 자매와 사리 분별력 있고 유머러스하며 예의 바른 아버지 베넷, 그리고 허영심 많고 매사 가볍게 행동하는 베넷 부인 이렇게 일곱 식구의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 있었다. 그 가족의 이웃으로 귀족 청년 빙리가 새로 이사를 오는데, 그에 대한 호기심은 과년한 딸을 둔 어머니에게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다섯 자매 중 위의 두 명은 결혼적령기에 접어들고 있었으며 큰딸 제인은 빙리를 좋아하면서도 마음을 꼭꼭 숨기고 있는 상태였다.

 

빙리에게는 다아시라는 친구가 있었다. 빙리와 함께 무도회장에 나타난 다아시는 훤칠하게 큰 키에 잘생긴 데다 태도도 고상했으며, 소문에 의하면 1년만에 1만 파운드의 수입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오만해 보였다. 엘리자베스와 춤을 추라는 빙리의 말에 엘리자베스를 힐끗 본 다아시는 이렇게 말한다. “괜찮은 편이군. 그러나 나를 유혹할 만큼 예쁘진 않아.” 엘리자베스는 그 말을 듣고 분개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즐겁게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이후 엘리자베스의 뇌리에는 다아시에 대한 인상이 이렇게 박혀버린다. 그는 오만한 놈이라고!

▲ 영화 오만과 편견의 한 장면
▲ 영화 오만과 편견의 한 장면

그런 어느 날, 엘리자베스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다아시가 찾아온다. 그리고 고백한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다음이 문제였다. 엘리자베스의 신분이 낮은 점, 그 때문에 결혼하면 자신의 지위가 떨어진다는 점 등을 말하며 그런 마음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그의 말에 분노가 치밀어 “나는 당신의 그 거룩한 사랑이 고맙지도 않고 잘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괴롭혀드렸다면 죄송해요. 그러나 그 괴로움도 오래가지 않을 거예요”라고 쏘아붙인다. 때맞춰 다아시가 오만할 뿐만 아니라 나쁜 놈이라는 생각까지 더하게 되는데, 남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위컴이라는 장교가 나타나 다아시가 치사한 놈이라는 식의 말을 늘어놓았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산책하는 엘리자베스에게 다아시가 편지를 전한다. 편지를 몇 번이나 보면서 진실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위컴과의 대면에서 다아시의 편지 내용이 사실임을 느낀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고향에 갔다가 그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지우게 된다. 그때 철없는 동생 리디아가 위컴과 눈이 맞아 가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때 다아시는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불명예스러운 가출이 경사스러운 결혼식이 되게 해준다. 아무도 모르게 그런 일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게 첫인상만으로 당신을 판단해 오만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졌다며 용서를 구한다. 다아시 또한 자신이 오만한 사람이었는데, 엘리자베스 덕분에 고칠 수 있었다고 고마워한다.


제인과 빙리의 약혼이 이뤄지고, 엘리자베스도 다아시와 졀혼을 약속한다. 소설 끝부분은 그들 자매들의 결혼생활에 대해 길게 쓰지만 결국 모든 소설의 해피엔드처럼 ‘그리하여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이다. 오만 군과 편견 양이 만나 서로의 오만과 편견을 지워버리고 둘은 ‘그 후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던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어떤 편견으로 사람을 대하고 있을까? 알게 모르게 오만과 편견의 껍질에 둘러싸인 채 소중한 인연을 멀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에 대한 편견을 지워버려야, 마음에 드리운 오만을 걷어버려야 비로소 사랑의 마법은 작동하기 시작한다. 말보다 마음을 들을 줄 알고, 모습보다 마음을 볼 줄 알고, 조건보다 마음을 품을 수 있을 때 사랑은 온다. 오만과 편견의 껍질을 벗어버릴 때, 그때 비로소 사랑은 온다.

 

송정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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