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옆 작은 오락실, 추억이 담긴 그곳
문방구 옆 작은 오락실, 추억이 담긴 그곳
  • 이도형
  • 승인 2019.05.23 00:33
  • 호수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7. 레트로 게임 카페 ‘트레이더’
▲ 게임팩으로 가득 채워진 카페 내 진열장
▲ 게임팩으로 가득 채워진 카페 내 진열장

어렸을 적 기자가 피아노 학원이 끝나면 꼭 지나치게 되는 곳이 있었다. 바로 피아노 학원 아래층에 있는 문방구다. 가게 옆에는 작은 오락실이 있었는데, 또래 친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였다. 손이 남들보다 느린 기자는 직접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 채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 뒤에서 구경만 하곤 했다. 그래서일까 게임은 여전히 채워지지 못한 갈증으로 남아있다. 지난 12일, 기자의 메마른 게임 세상에 한줄기 물을 뿌리기 위해 레트로 게임 카페를 찾았다.

 

▲ 16bit 레트로 게임기`메가 드라이브'
▲ 16bit 레트로 게임기`메가 드라이브'

예전에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던 곳이라 사람이 많을 것을 대비해 오픈 시간에 찾아갔다. 카페 벽면을 차지하는 진열장 안에는 사장님 소유의 수많은 게임팩이 꽂혀있었다. 단연 눈을 사로잡는 것은 게임기. 크기와 형태가 모두 제각각인 게임기들이 시대순으로 놓여있었다. 사람이 많은 경우 게임기 한 대당 사용 시간이 제한된다고 하나, 오픈 시간에 방문한 덕분에 시간 걱정 없이 마음껏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게임기마다 기본적인 설명과 조작법이 적혀있는 종이가 붙어 있어, 레트로 게임이 처음인 사람도 손쉽게 익힐 수 있다.

 

▲ '슈퍼 마리오' 게임
▲ '슈퍼 마리오' 게임

도장 깨기를 하듯, 게임기 당 대표 작품들을 하나씩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오락실과 달리 게임기마다 별도의 체험 비용을 내지 않아도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여러 레트로 게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슈퍼 마리오> 게임. ‘따단따단단 단’, 낯익은 경쾌한 소리와 함께 16bit로 쪼개져 있는 마리오 캐릭터를 보고 있으니, ‘이게 진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의 게임은 현실과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그래픽 기술을 자랑하지만, 이렇게 조금은 부족하다는 것이 레트로 게임의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틈 없이 완벽한 사람보다 서툴지만 귀여운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조악해 보일지라도 작고 귀여운 16bit 마리오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제격이었다.

 

▲ 대련 게임이 가능한 오락기
▲ 대련 게임이 가능한 오락기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은 곳은 기자의 어린 시절과 맞닿아 있는 게임기였다. 항상 뒤에서 보기만 하던 위치에서 벗어나, 직접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하려고 하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캐릭터를 고르고 게임을 시작했다. 직접 마주한 게임은 실전이었다. 어떤 기술을 통해 상대를 쓰러뜨리겠다는 전략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본능에 맡겨 미친 듯이 버튼을 누르고 조이스틱을 돌릴 뿐이었다. 작은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이 대결에 집중하던 기자의 모습은 어린 시절 뒤에서 바라보기만 하던 친구들의 모습과 같아 보였다. 사람의 손은 타고났는지 결과는 역시 패배였으나, 오랜 염원을 이뤄낸 듯 마음만은 홀가분했다.


이제 기자도 어렸을 때 추억의 게임을 해본 사람이 됐다. 그 사실이 한 단계 발전한 것 같아 마냥 기쁘게 느껴졌다. ‘이래서 다들 게임을 하는구나’라고 새삼 게임의 매력을 깨달았다. 이날 체험했던 게임들을 통해 기자는 여러 간접체험을 했다. 무술인뿐만 아니라, 한 마리의 사자, 고슴도치, 기사, 왕, 카레이서 등 너무나 다양했다. 흔히 어른들은 책을 통해 수많은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며 책 읽기를 권장한다. 같은 맥락이라면 게임도 권장해야 할 사안이 아닐까. 물론 과유불급은 좋지 않지만 말이다. 다채로운 간접체험을 하고 싶은 당신, 오늘 하루 레트로 게임 어떤가.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귀를 울리는 친근한 BGM은 레트로 게임이 선사하는 덤이다.

 
이도형
이도형 다른기사 보기

 twoshape@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