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절룩거리는 ‘시민의 발’
여전히 절룩거리는 ‘시민의 발’
  • 김민제
  • 승인 2019.05.23 00:33
  • 호수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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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47. 버스 요금 인상
출처 : 뉴스1
출처 : 뉴스1

 

[View 1] 수도권 통학생
오늘 교통카드를 충전했다. 5만원씩이나. 타고 다니는 버스가 광역버스라 왕복으로 따지면 하루에 5천원은 나가는 셈이다. 공강 하루 빼고 주 4일 통학이면 한 달에 교통비로만 7만원이 넘어간다. 주변에선 그래도 자취하는 것보단 적게 들지 않느냐고 하지만 통학의 고충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자취는 차라리 학교 가까운 데서 쉴 수라도 있지, 아침마다 좁은 버스에 선 채로 한 시간 넘게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그래도 그러려니 한다. 확실히 버스가 저렴한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며칠 전부터 계속 뉴스에서 버스 파업이 이뤄질 거란 얘기가 들려온다. 주된 요인은 52시간 근무로 인한 버스기사의 임금 삭감 문제. 밑으로 스크롤을 내려 뉴스를 더 찾아보니 정부에서 버스 요금을 인상하려고 한다는 기사가 보인다. 마을버스는 200원, 직행좌석버스는 400원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내 교통비는 대충 계산해 봐도 1만원이 더 늘어난다.


버스기사의 임금이 낮아지는 것은 분명한 문제지만, 그 해결책으로 무조건 요금 인상만을 내세우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인 것 같다. 정부의 부실한 정책 수행의 책임을 서민의 지갑에 전가하려는 것 아닌가. 이미 대부분의 광역시는 지자체에서 버스회사의 수익금을 일부 보조하는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고, 아직 준공영제를 받아들이지 않은 일부 경기지역에서는 더더욱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요금 인상만을 내세우는 것은 배고픈 통학생으로선 부당하게 느껴진다.

 

[View 2] 국토교통부 관계자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월급이 100만원 가까이 줄었을 때,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 돈으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면 더더욱.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올해부터 버스 업계에도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버스 기사들에게 현실로 닥쳐올 이야기가 됐다.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작년 7월부터 1년의 유예기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사실 수치만 따져보면 버스기사의 임금이 다른 직장보다 형편없을 정도로 낮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본질은 큰 차이가 있다. 흔히 ‘월급’이라 하면 기본급과 이외 초과급여, 특별급여가 포함된 것을 말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초과급여인데, 버스기사의 월급에서 초과급여는 32%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버스기사의 월급이 다른 직장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던 것은 평균 주 68시간의 노동으로 인한 초과급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52시간을 줄이게 되니 그 ‘월급’이 큰 폭으로 삭감될 수밖에 없다.


수익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지출비용을 늘려야 한다면 보통의 회사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경우 버스회사들의 선택지는 노선을 감축하거나, 운행 차량 수를 줄이거나, 또는 버스 기사 수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결책은 장기적으로 볼 때 시민의 불편을 증가시키고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근본적으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요금 인상’이 아닐까. 아니, 애초에 요금 인상이 전제되지 않으면 노조와의 협상 타결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Report] 경기도 버스 준공영제 시행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오전 8시 30분 파업을 예고했던 전국의 모든 버스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거나 유보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선 완전 타결이 아닌 파업 보류로,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로써 당장 우려됐던 ‘버스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먼저 경기도가 버스요금을 시내버스 200원, 좌석버스 400원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해 수도권 통합 요금제로 인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서울특별시청, 경기도청, 인천광역시청을 비롯한 주요 수도권 소재 교통회사들은 각각의 수입을 합산해 균등하게 재분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타 지역의 협조 없이 경기도만 버스 요금을 인상하게 되면 나머지 곳들은 요금은 그대로인 채 수입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 경기도민만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발생한 경기도의 수익금은 따로 나누지 않고 회수하기로 합의됐지만 어디까지나 불안정하고 단기적인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김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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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ange8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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