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그림의 힘
  • 이다현
  • 승인 2019.05.23 00:33
  • 호수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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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합격을 부르는 긍정적 자기 암시
▲ 카스파르 프리드리히,뤼겐 섬의 백악암,1818
▲ 카스파르 프리드리히,뤼겐 섬의 백악암,1818

독일에서 가장 큰 섬, 뤼겐 섬에 가면 희귀한 풍경을 볼 수가 있습니다. 바로 백악암이라는 것인데, 전 세계에서 드문 새하얀 흙으로 된 석회질 암석 절벽이지요. 뤼겐 섬을 유명하게 만든 것이 바로 이 그림입니다. 지금은 풍화작용으로 마모가 되어 많이 부드러워진 모습이라고 하지만 19세기에 그려진 프리드리히의 그림에는 절벽의 뾰족뾰족 날카로운 형태들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게다가 백악암이 띠는 흰색이라는 무채색은 그림의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시선을 집중시키고 얼음산 같은 차가움을 먼저 느끼게 합니다. 분명 저 너머에는 평안하고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는데도 절벽이 그 풍경을 압도하고 맙니다. 시험이란 나에게 있어서 이 그림의 흰 절벽 같은 것입니다.

나 또한 시험 자체가 목표가 아니고 저 너머를 향하고 있지만, 지금은 당장 건너야 할 이 시험만이 크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남들이 다 거치고 경험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한 명 한 명에게 시험이란, 보기 드문 하얀 절벽만큼이나 인생의 희귀하고 특별한 분기점이기 때문이지요. 금방이라도 찔릴 것 같고, 조심해서 건너야 할 것 같은 두려움도 주고요.

하지만 사람들의 복장이나 짙은 녹색의 나무를 보세요. 사실은 그렇게 추운 겨울이 아닙니다. 현실은 얼어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절벽을 넘어서면 평온한 바다가 펼쳐져 있다는 점이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줍니다.

그림을 보면 그 앞에 좌절해서 고꾸라진 사람도 있지만 당당하고 편안한 자세로 하얀 절벽 너머 바다를 내다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술치료 상담을 하다 보면 성공한 사람들은 앞으로 좋은 일이 펼쳐질 거라는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 주변의 한 치료사의 경험담을 들려드리지요. 그분이 아직 미술치료를 배운지 얼마 안 됐던 때에 저소득층 초등학생 5학년을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만다라(원)를 그리고 거기에 너희들이 되고 싶은 것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한 아이가 질문을 하더랍니다. “선생님, 내가 되고 싶은 걸 그리긴 했는데요, 이렇게 그림만 그리면 되나요?”

그런 질문을 받을지 생각을 못 했던 그분은 당연한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되고 싶은 걸 매일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기도하라고요. 그런데 그 아이가 정말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매일 자신의 만다라를 곁에 붙여두고 공부하고 기도한다기에 이분이 당황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아이는 꿈을 이뤘을까요?

프랑스의 약사 및 심리치료사이자 ‘플라시보 효과(효험이 없는 가짜 약을 진짜 약이라 속이고 먹게 했을 때 실제로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을 뜻함)’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에밀 쿠에는, 우리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굳은 의지가 아니라 ‘긍정적인 상상’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그는 이 말을 하루에 스무 번씩 되풀이하면 원하는 목표가 이루어지고, 바라던 성공을 달성할 것이라고 주장했지요. 단지 말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지만, 반복된 암시는 나의 무의식과 소통을 함으로써 내가 성공할 것이라는 상상력을 뿌리박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 상상력이야 말로, 정말 실오라기 같은 기회가 찾아온 순간에, 다른 사람은 그것을 지나칠지라도 나만은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힘입니다.

예화 속의 초등학생은 지금 성인이 되어 치료사와 연락을 하며 지낸다고 합니다. 물론 만다라에 그린 직업인의 모습으로요. 당장 내 앞의 장애물만 보일지라도, 끊임없이 저편의 바다를 생각하세요. 지금은 막연하게 느껴지는 희망과 긍정의 암시가 분명히 당신의 현실을 만들게 될 것입니다.

김선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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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codm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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