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법을 잊은 청춘의 한숨소리
쉬는 법을 잊은 청춘의 한숨소리
  • 이도형 기자·황도은 수습기자  정리=박상엽 기자
  • 승인 2019.06.05 09:24
  • 호수 14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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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休學), 당신은 정말 休 하고 계신가요?

 

Prologue
지난 2017년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발표한 ‘2034 청년 세대 기초통계 리포트’에 따르면, 대학생 평균 휴학 기간은 27개월(남학생 32개월, 여학생 16개월)로 밝혀졌다. 또한 전체 휴학 사유 중 병역 의무 이행을 제외하면 취업 준비가 1위를, 어학연수나 인턴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대학생이 휴학하는 이유 중 취업 준비나 스펙 쌓기가 큰 비중을 차지함을 의미한다. 청년들의 휴학, 그들은 정말 休(쉴 휴)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본지가 탐구해봤다.

 

 


■우리에겐 휴학, 아니, 스펙이 필요하다 

 

# 스펙을 위해 휴학을 결심한 A 씨

학기를 다니며 쌓을 수 있는 스펙이 한정적이라 생각했던 A 씨. 그는 인턴십 경험을 쌓기 위해 다음 학기 휴학을 결심했다. 빠른 졸업과 스펙 쌓기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졸업을 늦추더라도 스펙이 준비된 상태에서 졸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인턴 경험이 취업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따라서 그는 지인에게 제안받은 연구소 인턴 기회를 수락했다. A씨는 이번 기회로 사회 경험과 함께 어학 능력도 향상하며, 휴학 동안 스펙 쌓기에 집중할 예정이다. 

 

# 휴학 동안 스펙을 쌓는 이유

구인·구직 플랫폼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휴학 사유 중 취업 준비가 1위(25%), 인턴십 등 사회 경험이 2위(24%)로 취직과 관련된 사유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취업에 대한 준비가 대학생의 휴학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취·창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 대학생들이 취업에 필요한 스펙이 늘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학기 중에는 학점관리나 과제 등으로 스펙 쌓기가 어렵기에 휴학 기간을 통해 준비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취업 시 대기업 인사담당자가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작년 12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한국의 청년 채용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종 학교 졸업 시점’이 전체 평가점수 100점 만점에 19.6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졸업 평점(학점), 어학능력, 자격증이 차례로 비중을 차지했다. 즉, 졸업 시점은 스펙과 함께 취업에 필요한 핵심 요소인 것이다.

실제로 해당 보고서 조사 결과, 졸업 시점에 대한 선호도는 졸업 예정자가 800점 만점에 68.2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졸업 후 3년 이내 취업하지 못할 경우 선호도는 1.4점으로 급락해 서류전형에도 합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청년들은 채용시장에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휴학을 통해 적절한 졸업 시점과 스펙 모두를 얻으려는 것이다.

 

# 휴학 기간 스펙이 필요한 당신에게

우리 대학 취·창업지원센터에서 추천하는 각 계열, 학년에 알맞은 휴학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문·상경·이공계열 저학년 학생에게는 공모전, 서포터즈, 봉사, 기자단, 워킹홀리데이 등 학업 이외에 다양한 분야의 식견을 넓힐 수 있는 프로그램을 꼽았다. 다음으로 인문·상경 고학년 학생에게는 각 전공 혹은 관심 분야에 맞는 대외활동과 청년취업아카데미, 창업 프로젝트 등 직무교육과 관련된 활동을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이공계열 고학년 학생에게는 기술 관련 프로그램 자격교육, 기술박람회 및 전시회 등에 참여해 기술변화 및 흐름을 읽어보는 것이 향후 취업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갈망하는 진정한 휴학은 바로 ‘쉼’ 

 

# 휴식을 위해 휴학한 B 씨

2년간 대외활동 및 학교생활로 지쳐가던 B 씨는 쉼을 얻기 위해 휴학을 결정했다. 그는 해외에서 살아보고자 했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그리고 1년간 그곳에서 살며 얻게 된 경험들은 B 씨가 자신이 언어에 관심과 흥미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덕분에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그는 전공과 전혀 다른 길을 개척해 나가게 됐다. 이후 언어를 사용하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 무역을 접하게 됐고, 현재는 무역학을 복수 전공하며 자신의 새로운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 쉬는 휴학이 필요한 이유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성인 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7명이 일상생활에서 ‘시간 부족 현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매우 자주’ 경험한다고 응답한 20대의 비율은 21.2%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더불어 대학생의 정신 건강 역시 불안정한 상황이다. 지난해 3월 한국대학교육협회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고위험군의 불안을 호소 중인 학생이 40%, 위험수준의 불안을 겪는 학생이 30%로 총 70%의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다고 밝혀졌다. 앞선 두 결과는 현 대학생들의 시간적인 여유와 정신적 여유가 모두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죽전캠퍼스 대학생활 상담센터 관계자는 “심신이 지쳤을 경우, 쉼을 통해 회복하는 것은 향후 다가올 심리적 어려움을 예방할 수 있다”며 “휴학 기간 중 스스로에 대해 알아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쉬는 휴학을 할 경우,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질 것을 걱정하는 학생들에게 장기적인 관점으로 미래의 심리적 어려움을 대비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자칫 휴학이 회피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휴학 전 미리 성격·진로·심리 검사 등을 통해 자신이 무엇이 필요한 상황인지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휴학 기간 쉼이 필요한 당신에게 

취·창업지원센터 한경호 처장은 “기업에서는 휴학을 따로 평가하기보다 대학생활 전체를 평가하고 있다”며 강의실에서는 전문지식을, 휴학 기간에는 강의실에서 배우지 못할 긍정적인 경험들을 통해 시야를 넓혀볼 것을 권했다. 이와 더불어 한 처장은 “휴학 중 공부 이외의 활동은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기회”라며 “다양성, 인화력과 같은 학업 이외의 요소 등을 얻는다면 단순히 학업에만 열중한 것보다 기업에서 선호하는 인재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외국에서는 학생들의 대학 중도 포기를 막기 위해 내세운 대책이 있다. 바로 갭이어(gap year)다. 갭이어란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는 기간을 말한다. 이는 1960년대 영국에서 시작돼 학생들의 참여율과 만족도가 높아 이후 미국, 캐나다,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한국 갭이어가 설립돼 학생들의 갭이어 체험을 지원하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기 어려워 과감히 휴학을 결정했다면, 갭이어 기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Epilogue
휴학에 있어 정답은 없다. 그 방법이 자신을 위한 투자이든, 자신을 위한 휴식이든 원하는 목적을 성취했다면 그것은 성공한 휴학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에는 쉼이 필요하다. 때로는 멈추는 불편함이 더 멀리, 더 오래 날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대학 학우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쉼을 통한 회복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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